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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nogoodnw Dec 03. 2022

d+11876

최근에 카라라는 걸그룹이 컴백했다. 고2인가 고3 때 '라큐빠세'하는 가사를 흥얼거렸던 기억이 나는데, 그게 벌써 십수 년 전이다. 딱히 걸그룹에 관심 갖고 살진 않았지만 괜스레 반가워졌다. 좋아하는 유튜브 콘텐츠서 부른 히트곡 메들리를 듣기도 했다. '와 이 노래 기억난다' 하며 음들을 머리에 그리던 와중에, 내 기억과는 다른 멜로디 진행을 가진 노래를 듣게 되었다. '아니 음, 그러니까 원래 아랫 성부가 주 멜로디였나?' 의심이 든 나는 음원을 들어보았지만, 내가 생각했던 주 멜로디는 사실 화음을 위한 보조의 역할이었고, 주 멜로디는 아랫 성부가 담당하고 있었다.


그랬구나 하면서도, 사실은, 무서웠다. 그래도 음을 듣는 귀만큼은 남들보다 조금 낫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그래 봐야 듣고 싶은 대로 듣고 있었다. 귀마저도 이 지경인데 다른 우둔한 감각들, 시각, 촉각, 그리고 그것들에 대한 인지와 해석까지 얼마나 지 멋대로 담고 살아왔을까. '경로 의존을 떨쳐내야만 해' 하면서도, 익숙함만을 좇아 살아왔나 보다. 아니면 혹시, 지금의 내가 아랫 성부를 멜로디로 오인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 무섭다. 대체 진짜 멜로디는 무엇이란 말인가. 세상에 진짜라는 게 있긴 한 건가? 머리가 아파져 눈을 느리게 감았다 떴다를 반복한다. 여전히, 아랫 성부가 주 멜로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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