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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nogoodnw Dec 05. 2022

d+11878

그러니까, 수학의 아름다움은 어쩔 수 없는 '떨어짐'에 있나니. 현실엔 존재하지 않는 형이상학에 대한 인간의 탐구를 위해, 공리계로부터 시작한 논리 전개의 흐름은 물이 강가를 타고 굽이치듯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가장 자연스러우면서도 가장 인위적인 곳으로 귀결한다. 모순 껍데기에 처박혀있는 고귀한 진주알이여. 어찌하여 그 모순이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가는 참으로 어려운 이야기이나, 진주알이 빛나는 것은 자명하기에 그 떨어짐은 추앙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언제부터였을까, 그 떨어짐 만큼이나, 떨어지지 않음 역시 아름답다는 것을 어설프게나마 이야기하게 된 것은. 수학이 아름다운 것은, 그 어쩔 수 없는 떨어짐이 사실은 떨어지지 않음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라고. 그 어떤 언어보다 정제된 논리의 언어는 사실, 그 어느 것보다 인간적이고 정겨운 말들로 가득 차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인간적인 것이라는 게. 진주알은 인간적이다. 떨어지지 않아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을 품은 조개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눈물로 진주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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