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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nogoodnw Dec 1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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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을 좋아하나요? 

쉽사리 답이 나오질 않는다. 조금 고민하다가, 제가 책을 읽는 목적은 크게 세 가지인데, 이러쿵, 저러쿵. 궤변만 늘어놓게 된다. 아니, 됐고 그래서 어떤 책을 좋아하냐니까? 했다면, 등줄기를 타고 땀이 흘렀을게다.


올해 정말 많은 책을 읽었다. 권 수로만 쳐도 30권은 족히 될 것이고, 내역을 하나하나 보자면, 아이고, 이걸 용케 참고 읽었구나. '이런 이런 책을 읽는 경향이 있습니다.'라 할 순 있다. 근데 도저히, 어떤 책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애초에 내가 책 읽기를 좋아하긴 했나? 이리저리 포장해댔지만, 결국 '난 남는 시간에 책 읽어'와 '난 이런 책도 읽었어' 하는 허영심의 발로가 남을 것이고, 나머지는 그래 봐야 '게임이 질렸어' 정도 일 게다. 별 것 있나. 그냥 시간을 보내는 방법 중 하나일 뿐, 나는 나다. 책 읽기를 좋아했나 한다면, 글세.


아니, 그전에 내가 뭔가를 좋아한 적이 있나? 하는 좀 더 근본적인 물음으로 가보자면, 아, 나는 특정 행동을 순수히 좋아하는 마음에서 해본 적이 거의 없다. '없다'라고 단정 짓고 싶은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거의'를 간신히 붙여본다. 어떤 책을 좋아하나요? 를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리자.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지워버리자. '그것은 사적 감정입니다. 제가 밖으로 내놓아봐야 성립하지 않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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