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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nogoodnw Dec 16. 2022

d+11889

대학교 1학년 때, 신입생 몇 명을 뽑아서 입시간담회 비스무리한 것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입학처장님께서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이 대학의 입시 시스템이 정당하다 생각하는지 물으셨다. 당시의 나는, 거만한 태도로, '내가 학창 시절을 겪으며 뛰어나다 생각했던 3명 모두가 이 학교에 입학했으니 비교적 올바른 입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된다. 다만, 나를 뽑았기에, 온전하지는 못하다 여겨진다.'라고 말했다. 참으로 건방진 말이지만, 당시 입학처장님은 웃으셨다.

 

오늘 회사서 승진을 했다. 그저 연차를 채우기만 하면 승진시켜주는 자리일 테지만, 나는 진급에 따른 책임감이 가져오는 부담과 몇 십만 원의 월급을 강제로 맞바꿀 수밖에 없었다. 만약 이 회사의 승진 심사가 적절하냐, 라 말한다면,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으니 잘 모르겠지만, 나를 승진시켰으니 온전하지는 못하다 여겨진다.'라고 말할 테다. 참으로 이중적인 인간이구나. 아직 나는 20살의 나를 온전히 벗어내지 못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혹여나 술김 인지도 모르겠지만,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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