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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nogoodnw Dec 1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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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 속에는 5살인지, 6살인지 보았던 인쇄지에 'Dostoevski'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는 것뿐. 그다음에는 회사에서 주구장창 보던 나무위키 페이지에 '철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문학가'라고 적혀있었다는 것. '인간실격'에 '도스토 상의 죄와 벌은 반의어였을 것'이란 말이 나왔다는 것. 어쨌든, 역치를 넘어버려서, 물이 끓어버려서, 읽을 때가 와버렸다.


언젠가부터 살인자의 심리가 궁금했다. 아, 그러니까,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살인을 하게 되는 동기라거나 그 수법 따위 보단, 살인을 행하는 그때, 그리고 그 직후 살인자의 영혼은 정말로 무너지는가의 여부가 궁금했다.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일은 당연히 있어서는 안 되고, 혹여나 살인을 저지른 사람과 이야기해 볼 기회조차도 없을 것이 분명하지만, 뭐, 그냥 어떤 심리 상태를 겪게 되고 어떤 말로에 다다르게 되는가. 솔직한 말이다. 상당히 철학적인 주제일 것인데, 만약 작년이나 그 이전, 아니 올해 초에만 읽었더라도 또 이런 허무맹랑한 것에 빠져 몇 날 며칠을 혼자 머릿속에서 되뇌었을 것이 분명하다. 어쩌고저쩌고 또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속으로 웃고 떠들고 있었겠지.


다만, 다행이다. 지금 읽게 되어 천만다행이다. 올해를 살아냈기에, 결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기쁘다. 또 한 편으로는 씁쓸하다. 나는 무신론자에 가깝지만, 신은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여 주인공의 이름이 소냐라니. 신께서 내게 은총을, 벌을 내린 것이 아니고서야 소냐 일 리가 없다. 혹시 계신다면, 언젠가 구원을 내려주세요. 혼란스러운 이 속을 좀 더 평안히. 바닥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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