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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nogoodnw Jan 01. 2023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어렸을 땐 말이죠, 새해가 오면 항상 주변 사람들에게 '네 복 다 내놓아'라고 했었어요. 인사를 보내는 사람은 조금씩 달라져도 매 년 빼먹지 않고 남의 복을 탐했습니다. 말로라도 남들 복을 빼앗고 다닌 덕분일까요? 저는 가진 것에 비해 조금 덜 바둥바둥 대며 살 수 있었고, 아주 만족스럽진 않아도 밥 벌어먹으면서 가끔은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말이에요, 올해는 좀 다른 말을 하려고요. '내 복도 좀 가져가렴'하고요. 뭐 남들에게 기부를 한다거나, 지금까지 복을 내어준 것에 대한 감사함을 표한다거나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애초에 그런 사람도 되질 못해요.


다만 살아보니 말입니다, 요즘 제 삶에 있어 꼭 큰 복이 필요한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해봐야 하는 일이 회사 출퇴근하고, 책 읽고, 운동하는 것 밖에 없거든요. 아, 가끔 게임하고 친구들도 만나긴 하네요. 어쨌든 위의 것들이, 이제는 생활화되어서, 반복하는데 크게 어렵지 않더라고요. 저것들을 잘하는 게 다 복 받은 거다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치자면, 세상에 복 없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겠습니까. 매 순간 복 받으세요, 하는 세상이 올 겁니다. 그건 좀 이상하잖아요?


어쨌든, 올해는 다들 복 많이 받으시고, 제 복도 좀 가져가세요. 복 많이 받는 거 싫어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저는 괜찮으니까, 복이 필요한 곳에 쓰였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의 저는 복을 많이 받으면 좀 아깝거든요. 나중에 만약 복이 필요해지면 금리도 세겠다, 이자 톡톡히 쳐서 다시 받아내죠 뭐. 그런 거 아주 기똥차게 계산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런 일 없도록, 열심히 별 일 없이 살아보도록 할게요. 저는 딱 여러분 가져가고 남은 복으로만 살 수 있는 그런 한 해 보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받은 많은 복에 가져간 제 복까지 다 쓰일 수 있는 한 해 보내시길 바랍니다. 2023년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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