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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nogoodnw Jan 06.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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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 씨, 저는 당신의 문체가 좋아요. 비록 번역된 문장을 읽기에, 번역불가능성에 따르면 제가 온전히 당신의 언어를 이해하진 못하겠지만, 호흡이 짧은, 간결한 당신의 문체가 참 좋습니다. 짧기에 시적이고, 함축하기에 철학적입니다. 아주 대단한 글입니다.


그런데 말이에요, 당신의 말을 읽기 위해서 저는 아주 긴 시간 동안 숨을 들이마셔야 합니다. 스으으읍 하고 아주 오랫동안 공기를 빨아 마셨다가, 단단히 폐에 잡아 놓은 다음, 그 공기들을 내 머릿속으로 밀어 올려야 해요. 양을 적게 잡으면, 뇌 속에 공기가 모자라서 어느샌가 당신의 그 짧은 문장들이 둥둥 떠다니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저는 또 공기가 모자랐나 보다, 하고는 스으으으읍 하고 공기를 마십니다. 너무 많이 마셨다가는 제가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스와 읍 사이 ‘으으으’의 수를 잘 조절해야 하죠. 그러니까 당신의 말을 읽는다는 것은, 조절의 미학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 미학이 분명 말 그대로 아름답기는 하나, 아이고, 어지럽습니다. 생각하는 것이 재밌긴 한데, 어지러워요. 부조리를 몸소 체험하게 됩니다. 그러면 저는 대체 어떻게 당신에게 반항해야 할까요? 제가 조금 더 스으으읍 해보고 다시 말씀드릴게요. 아직은 제 실력이, 기술이 모자라서,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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