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겐슈타인의 글은 모차르트의 노래다. 논리 정연하고 명료한 글의 정렬 속에 번쩍번쩍 빛이 난다. 내 뒤통수를 한 대씩 후려 갈기는 듯하다. 언젠가 피아노를 배울 때 선생님께 들은 말이 떠오른다. '베토벤은 이렇게 치는 애가 모차르트는 왜 이리 못 치는 거냐.' 읽어도 읽어도, 이 인간의 말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게다. 그저 그 빛만 알게 모르게 조금씩 밝아질 테다. 뭐, 모차르트의 음악은 어려우니까.
한편, 도스토옙스키의 글은 리스트의 노래다. 휘몰아치고 또 휘몰아친다. 어지럽게, 더 어지럽게 진행한다. '라 캄파넬라'를 마구잡이로 연습할 때인데, 아마 7시간째인가에 손가락이 다 까졌었다. 피가 '철철'은 아니어도 줄줄 났다. '변태 할아범!' 도스토옙스키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다. 정상인이고서는, 인간의 영혼을 이렇게 묘사할 수는 없었을게다. 그 묘사가 내 영혼을 이리저리 휘저어 고조시킨다.
언젠가 친구에게 '그리스인 조르바'가 너무 길다고 투정을 부렸더니, '읽을 글이 많이 남았음에 감사하라'라고 답장이 왔다. 책을 읽다 보면, 대부분의 경우에는 뭐 이런 어려운 이야기가 있나, 싶다가도, 한 권 한 권 끝낼 때마다 내 혼이 조금씩 채워짐을 느낀다. 알곤 있었지만, 지금까지의 나는 진정 너무나도 모자란 인간이었구나. 읽을거리가 많이 남았음에, 나의 모차르트와 리스트에 감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