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mnogoodnw Mar 05. 2023

축사

안녕하세요. 동선이 오빠, 재승이 친구 민동우라고 합니다. 축가 부르기 전에, 동생 내외에게 한마디 말을 전하고자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결혼식장에 가면 신랑 신부가 꼭 듣는 말이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신랑,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부라는 말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신랑은 다른 말로 대체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부라는 말은 빠지지 않고 꼭 나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 않나요? 당장 서울만 해도 수없이 많은 예식장에서 신랑 신부들이 손을 맞잡곤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아름다운 신랑 신부'라는 말을 듣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이라는 말은 분명 단 한 커플에게만 사용되어야 할 텐데, 모순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 계신 하객 여러분은 그 말에 전혀 의심을 품지 않은 채 축하하는 마음으로 자리하고 계십니다. 저나 다른 가족들은 혈연이라는 이유로 그러려니 할 수 있겠지만, 다른 분들은 오로지 선의로서 모순을 받아들이고 있는 겁니다. 동선이 재승이는 하객 여러분께 빚을 지고 있는 셈이죠. 다른 사람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굉장한 실례일 테지만, 감히 당부하건대, 동선이 재승이가 이 빚을 항상 마음속에 간직하고 살았으면 합니다.

다양한 어원이 있지만, 아름답다의 '아름'은 손을 둥그렇게 말아 안는 모양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멋은 남자에게 사용하는 아름다운 모양의 표현이고요. 아름답고 멋지다는 것은 안고 싶은 모양을 표현하는 말입니다. 그 둘이 만났으니 서로 부둥켜안은 것이지요. 실지로 멋지고 아름다움이 성립하려면 둘이 있어야 하는데, 축복 속에 한 쌍으로 만났으니 그 전제는 오늘로 이루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철학자가 말하기를, 언어라는 게, 뜻이 먼저 있지 않고 실천이 우선하고 난 후에야 그 뜻이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서로 상대방으로 하여금 안고자 하는 마음이 들도록 가꾸고 노력하며, 부둥켜안은 모양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면, 언젠가 오늘의 큰 빚을 갚고 말 그대로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아름다운 재승, 동선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재미없는 제 말은 여기까지입니다. 결혼 축하합니다. 함께 행복을 구하는 먼 길을 오빠로서, 친구로서 응원합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음식이 맛있더라고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