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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nogoodnw May 25. 2023

D+12049

4시만 되면 눈이 감긴다. 정신없이 고개를 흔들다가 시계를 확인하면, 으악, 간신히 2분 지나있다. 같은 1시간인데, 퇴근 전 졸음에 취한 나의 1시간은 그 어떤 순간보다 짙은 농도를 내뿜는다. 잠이 부족한 것은 애저녁에 알았다. 알면서도 매일 다음날의 내게 빚지고 있는 거다. 그것도 복리로.

세상에는 재밌는 게 많다. 재밌다 보다는 흥미롭다가 내 이미지에는, 내 체계에는 더 어울리는 단어다. 머릿속에서 이것도 저것도 떠오른다. 유한한 나의 시간이 부질없다. 말만 이렇게 했지, 특별히 행동을 하진 않는다. 머릿속에서 이것도 저것도 떠오르지만, 사실 유한한 나의 시간이 아니라, 솔직히 고하자면 내 의지가 부질없다.

죽는 게 무서우니 산다. 죽는 그 순간은 너어무 아플 것 같다. 도저히 극복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살아지니 사는 것이다. 사실 삶이 별거 있나? 별일 없으니까 사는 것이다. 뭐 그렇다고 고통 없는 죽음이 가능하다면 삶을 포기할 것이냐 하면, 그건 또 다른 이야기다. 굳이 내 손으로 체계를 닫을 이유는 못된다. 다시 말하지만, 살아지니 사는 것이다. 공포가 극복된다고 죽을 이유 따윈 저 문장에서 찾을 수 없다. 공포와는 별개로, 죽어져야만 죽는 것이다.

비용을 넘어서는 수익을 창출하는 투자만이 지속 가능하다. 안 그래도 금리가 치솟는 시대에, 쎈 이자를 내고 있으니 죽어지기 전까진 어쩔 수 없이 수익을 내야 한다. 재능도 없고 의지도 없는 비루한 몸뚱이 하나를 어떻게든 짊어지고 나아가야 한다.

말만 이렇게 했지, 즐겁다. 이자를 내는 게 아깝지 않다. 재능도 없고 의지도 없지만, 주인공만 승리하는 소년 만화를 볼 나이는 이미 오래전에 지나버렸다. 모든 순간에는 질적 차이가 존재하니, 지금은 그 짙은 농도마저도 흥미로울 수 있다. 4시만 되면 눈은 감기지만, 뭐, 어느새 퇴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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