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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nogoodnw Jul 14. 2023

빈&파리 기록 - 7

에필로그 1

여행이라고 읽었지만, 어쨌거나 회삿돈으로 다녀온 연수였으니, 그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자. 자주 연수는 ‘자주’와 ‘연수’로 나눠진다. ‘자주’의 사전적 의미는 ‘남의 보호나 간섭을 받지 아니하고 자기 일을 스스로 처리함.’이고, ‘연수’의 사전적 의미는 ‘학문 따위를 연구하고 닦음.’이다. 고로, ‘자주 연수’라 함은, ‘스스로 학문 따위를 연구하고 닦는 행위’ 정도로 갈음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이 경우 연수의 목적이 되는 ‘학문 따위’의 정의가 그 의미를 결정한다.

비용 부담 주체와 연수 수익자의 관점으로 나누어 생각해 보면 그 답이 좀 더 명확해진다. 연수 수익자, 즉 노동자 관점에서 생각해 보자. 노동자는 개인의 효용 극대화 조건 하에서, 소비(C)와 여가(l)의 조합을 택한다(뽀로로는 좋은 교보재다. 노는 게 제일 좋아~♪). 주어진 w에 따라서, wL(노동 시간)에 따라 예산선이 정해지는데, 일을 많이 하는 건 좋지 않으니까, L이 주어졌다고 가정하면(사실 원하는 만큼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대단히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는 것이다), w가 늘어남에 따라 예산선 확장되고 개인의 효용이 늘어나게 된다. w = MPL이므로, 결국 개인은 본인의 한계 생산성이 증대되기를 바랄 것이라고 여기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연수의 목적은, 노동자 관점에서 볼 때, 본인의 한계 생산성 증대라 말할 수 있다.

비용 부담 주체, 즉 회사는 연수를 통해 사원의 능력 함양을 추구한다. 회사는 수익 극대화 조건하에서, 자본과 노동(고용)의 조합을 선택한다. 자본에 대한 논의를 제외한다면, 회사는 위에서 말한 w = MPL 수준에서 노동 수요량을 결정한다. 회사의 연수 비용 부담을 사실상 임금의 지불이라 할 수 있으므로, 회사는 노동자의 MPL 상승을 요구하게 된다. 따라서, 연수의 목적은, 회사의 관점에서도 마찬가지로 노동자의 한계 생산성 증대이다.

그렇다면 이 경우 한계 생산성의 증대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고용된 모든 사람은 회사 내에서 각자의 역할을 맡고 있다. 가령 나는 회사에서 손익 추정 업무를 맡고 있다. 나와 같이 간 동기들은 각각 헷지, 신사업 기획 등을 맡고 있다. 각자의 업무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은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크게 보면 산업군 및 개별 업무에 대한 이해도, 그리고 정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판단 능력을 그 역량이라 할 수 있다. 본인의 역량에 따라 업무에서의 산출량과 그 질이 정해지므로(물론 위에서 말한 MPL의 개념 하에서 산출량은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제품이고, 모든 제품은 동일한 질을 갖지만 여기서는 무시하도록 하자), 위에서 언급한 역량을 한계 생산성이라 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한계 생산성의 증대는 개별 노동자의 역량 증대이다.

일주일 간의 해외 연수가 참가 주체의 역량을 어떤 방식으로 증대시킬 수 있을까? 여행이라 해도 무방한 연수를 다녀오는 것이 산업군 혹은 개별 업무에 대한 이해도를 증진시킬 수 있겠냐 묻는다면, 결단코 아니라 답할 것이다. 특정 분야에 대한 이해의 증진을 위해서는 해외 연수가 아니라 어디 가둬놓고 공부시키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외 연수가 정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판단 능력을 증진시킬 수 있겠냐 하면, 이번에는 그렇다 답하겠다. ‘판단’은 그 인간의 누적된 체계에 의해 결정된다. 삶이 지속됨에 따라 경험이 누적되고, 누적된 경험들이 쌓여 인간은 하나의 체계를 형성한다. 기저의 ‘판단 근거’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 판단 근거에 따라 인간은 모든 행동 방식을 결정한다. 고작 일주일 정도의 경험이 무엇을 바꿀 수 있겠느냐 반문할 수 있겠지만, 체계의 변화, 특히 인간 내부 체계의 변화는 누적 정보량의 변화와 선형 관계에 있지 않기에, 우리는 때때로 하루아침에 사람이 바뀌었다는 사례들을 종종 보곤 한다. 따라서, 경험의 누적, 특히 새로운 경험의 누적을 가져오는 해외 연수는 개인이 형성하는 체계의 변화를 통한 참가자의 한계 생산성 증대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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