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imnogoodnw
Nov 03. 2023
올해가 아직 2개월 정도 남았으니 섣부른 말일 순 있지만, 2023년은 내게 목표한 바를 많이 이룬 해였다. 혹자는 올해 초 세운 목표들이 별 것 아닌 것들로 구성된 게 아니냐 할지 모르지만, 글세, 돌이켜보니 그리 쉽지 않았다라 말하겠다. 다만, 더 나은 인간이 되고자 나름대로 나를 가혹하게 몰아붙였건만, 목표의 달성과 더 나은 됨됨이를 갖는 데에 아주 큰 상관관계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것은 쌓이고 쌓인 시간이 언젠가 말해줄 게다.
어쨌거나, 슬슬 내년의 목표를 세울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내년엔 어떤 방식으로 나를 괴롭혀볼까? 이것도 이루고 싶고, 저것도 이루고 싶다만, 시간은 한정적이고 내 몸뚱이는 하나뿐이다. 심지어 시간은 점점 빨리 가고, 몸뚱이는 점점 늙어가니, 설정에 필요한 몇몇 요소들을 잘 헤아리지 않는 한, 비효율을 피할 길이 없다. 어찌 두어도 한 판의 바둑이거니, 한다면, 그래도 아직은 최선의 수를 찾고 싶다라 답하겠다. 아주 어려운 것도 아니다. 일감에 떠오르는 것만 잘 고려해도, 악수에 이르지는 않으리라.
연속성이 맨 먼저 떠오른다. 연간 목표를 말하지만, 1년이란 단위는 인간의 언어 속에서만 존재한다. 단지 연속적인 시간만이 내 주위를 멈추지 않고 흐를 뿐이다. 시간 차원에서 볼 때, 세상에 미분 불가능한 것은 사실 존재할 수 없다. 일관된 방향으로의 계획은, 적어도 랜덤워크보다는 목적함수에 대한 합치 가능성 측면에서 효율적일 가능성이 높다. 맨 처음 언급했지만, 쌓이고 쌓인 dt에 대한 변화분이 목적함수 합치 여부를 결정한다.
자원의 배분 역시 고려해야 하는 측면이다. 목표는 그것의 달성을 위해 많은 비용을 요하는 법이다. 애당초 비용이 들지 않는 것은 목표로 삼을 일이 없다. 따라서, 목표 설정을 위해서는 여러 제약조건을 고려해야 한다. 가령 집중력을 예시로 들어보자. 인간의 집중력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일일 단위의 한계치가 있을 것이고, 일 년 단위의 한계치가 있을 것이고, 평생 단위로도 분명 집중력에 한계가 있다. 설정된 목표의 달성을 위해 집중력을 투하하는 것이 필수적이라 한다면, 어떤 식으로 집중력을 배부할 것인가 역시 고려되어야만 한다. 로보트가 아니기에 슬프지만, 뭐, 로봇이 아니니 목표 따위가 존재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적절함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 위에 언급한 모든 조건들이 딱딱 들어맞더라도, 그 자체가 목표로서 적절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달성하기에 너무 쉽다거나, 아니면 너무 어렵다거나, 혹은 목적함수에 들어맞지 않는다거나. 뭐가 되었든 이런 놈들은 나를 악수로 이끈다. 보통 연간 목표를 설정할 때에는 몇 가지 목표들을 혼합하여 복합적으로 구성하기 때문에, 풀에 있는 것 중 하나만 어긋나더라도 함숫값이 어그러진다. 맨 처음 식을 잘 세우는 것이 문제를 잘 풀어내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슬프게도 신이 아니기에, 이렇게 저렇게 고심해 보아도 악수를 남발할 수밖에 없다. 인생은 참으로 어렵다. 혹시 목표를 설정하는 게 악수에 가까운 것은 아닐까? 근본적인 물음이 필요하다. 다만 신이 아니기에, 그러니까 인간이기에, 연발되는 악수에도 어찌저찌 나아갈 수 있다. 신은 불쌍하다. 나아갈 이유가 없기에. 말했지만, 인간이니 목표 따위가 존재한다. 내년도 올해 같기를. 슬슬 목표를 세울 때가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