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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nogoodnw Jan 25. 2024

글이 맘에 들기 시작했다.

잘 쓴 글을 남기고 싶어 글을 쓴다. 잘 쓴 글에는 다양한 정의가 있겠지만, 내게 잘 쓴 글이라 함은 무엇보다 내 맘에 드는 글이다. 남에겐 참으로 까탈스럽고, 나에겐 그것의 수 배는 까탈스러운 인간인지라, 만족이란 단어는 내 사전에 없을 성싶다. ‘그 따위 사전을 가진 네 마음이 문제 아니냐’ 하면 할 말은 없다만. 결국 나의 글쓰기는 만족을 모르는 자가 만족을 구하는 과정이니, 이리 보면 비극이고, 저리 보면 희극이다.

주말에 시간이 남아 작년에 쓴 글들을 쭉 읽어보니, 글이 전보다 가벼워졌다. 옛날의 내 글은 되게 무거운 신발 같아서, 척 보기엔 꽤 그럴싸해 보여도 정작 읽기엔 참 피곤한 글이었다. 별 내용도 없는 주제에 빙빙 돌고 돈다. 참으로 비효율적 이게도 글을 써댔다.

돌이켜보면 당시의 내 글쓰기 방에 부합다. 손가락을 공중에서 빙빙 돌려대면서, ‘내 생각에, 글이란 자고로 나선형의 모습을 지녀야 해’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녔으니. 저 때는 저게 글쓰기의 정수라고 생각했었는데, 정작 그렇게 쓰인 내 글은 딱히 맘에 들지 않았으니 방법론에 문제가 있음을 깨달아야 했다.

그렇다고 뭐 대단한 방법론을 체득했냐고 하면, 그건 전혀 아니다. 사실 글이란 게 그냥 쓰는 거지 별 게 있겠는가. 쓰고 싶은 대로, 떠오르는 대로 적는 것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다. 책을 많이 읽어댄 게 영향 줬을 순 있겠다만, 음, 목록을 슬쩍 보니 읽은 책들에서 영향을 받아 무언가 필사해 내었다 하기엔 내 수준이 너무 떨어진다. 이해나 제대로 했을는지.

어쨌거나 전보단 내 글이 읽을 만하다. 만족을 모르던 그 뾰족함을 세월이 조금 갈아낸 탓인지, 아니면 나도 모르는 새 글쓰기가 좀 익숙해진 탓인지, 그것도 아니면 'le style, c’est homme même’라 하였으니 지금 내 삶이 맘에 드는 탓인지. 뭔진 모르겠다만, 그 무엇이든 전보다 나은 것은 명백하니 즐겁다.

이제야 글이 맘에 들기 시작했다.


p.s. 어라, 이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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