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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람 Jun 03. 2024

새벽이 흐를 때 쓴 일기

마음 기록 시

엄마

왜 난 세상 밖으로 나갈 수가 없어요?


길고 튼튼한 팔다리를 가졌는데도

달릴 수가 없어요


수많은 밤 지새우며 바깥을 동경하는데

왜 조금도 저 불빛들에 가까워질 수가 없을까요


언젠가 나 무너져 내리는 날이면

침묵마저 숨죽인 늪지 어딘가 누워

소란스러운 생각들 꺼두고 하염없이 쉬고 싶어요


실은 그러지도 못해요

최대한 빈틈없이 창가에 붙어 앉아

생동감 넘치는 불빛을 바라봐요 끊임없이


어쩌면 아직도

태막에서 나오지 못한 것일까요

벗어야 할 껍질이 많은 걸까요


조요한 달빛아래

벗어둔 옷가지를 끌어안아요


체온으로 따뜻하게 데워질 때쯤

엄마에게 안겨있는 듯 상냥한 착각에 빠져요

이대로 부유하며 멈춰있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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