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이야기
어느덧 일흔이라는 고개를 넘어와 뒤를 돌아봅니다.
굽이굽이 지나온 길에는 유난히도 흙먼지가 많이 일었고, 때로는 비포장도로의 거친 돌부리에 채여 넘어지기도 했습니다. 남들보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걸어온 탓에, 남들은 성큼성큼 지나칠 풍경을 저는 조금 더 오래, 조금 더 간절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살아왔습니다.
글을 엮으며 저는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과연 나의 이 소소한 경험들이 누군가에게 읽힐 가치가 있는가?" 하고 말입니다.
여기에는 세상을 꿰뚫는 거창한 철학이나, 무릎을 치게 만드는 대단한 교훈은 없습니다.
그저 밥 짓는 냄새에 배고픔을 느끼고, 이웃의 다정한 안부 인사 한마디에 마음이 녹으며, 때로는 서러움에 남몰래 눈물 훔치던 지극히 평범한 날들의 기록일 뿐입니다. 다만, 장애라는 친구와 동행하며 겪었던 조금은 특별한 에피소드들이 양념처럼 배어 있을 뿐이지요.
하지만 그렇기에 이 이야기들을 세상에 내놓습니다.
위인전에 나오는 영웅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옆집에서 들려오는 듯한 '사람 사는 이야기'가 그리운 분들이 계실 거라 믿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 뛰지도 못하면서 동네야구단을 만들어 투수와 주장을 하며 놀던 기억부터, 머리에 서리가 내린 지금까지 제가 겪은 시간들은 결국 우리 모두가 겪어낸, 혹은 겪어갈 시간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제가 들려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화려한 향수내가 아닌, 땀 냄새와 흙내음이 섞인 구수한 '사람 냄새'입니다.
부디 이 글들이 당신의 고단한 하루 끝에 찾아가는 작은 쉼터가 되기를 바랍니다. 특별할 것 없어서 더 특별한, 우리들의 훈훈한 온기를 이 글을 통해 전합니다.
@ 표제사진: 몽블랑 2,000 밀레니엄 기념 한정판 2,000 세트 중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