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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우물 Aug 06. 2023

삶14 생선회 먹어 말어? CT 찍어 말어?(1)

후쿠시마 오염수와 우리 수산물

필자의 직업은 영상의학과 전문의.

이 말은 곧 방사선 관련 종사자로서 40년 이상을 방사선과 함께 지내왔다는 말이다.


이런 내가 생선회를 가장 많이 먹었던 때가 언제였나 하고 돌이켜 보니 10여 년 전 일어난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였던 것 같다.


 당시, 국민들의 방사능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은 수산업 관련 종사자와 그 가족들의 생계를 위협하기에 충분했고 이 땅의 횟집들은 완전히 망할 지경이었다.


그런 집에 직원들 데리고, 친구들 데리고, 단체 손님으로 들어가니 빈집에 소 들어온 듯 칙사 대접받으며 참 잘 먹었다.     


지난 주일 점심 때도 물회가 먹고 싶다는 아내와 함께 연화리에 있는 단골횟집에 가서 맛있는 해산물을 실컷 먹고 왔다.

싱싱한 생선회에, 바다내음 가득한 멍게에, 오돌오돌한 해삼에, 두툼하고 쫄깃한 전복에, 알맹이가 충실한 담치와 감칠맛 나는 진한 국물까지.      


먹으면서 생각했다.

이렇게 맛있는 걸 두고도 후쿠시마란 단어에다 오염수 방류라는 양념을 입힌 악성 루머에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하는 심약한 사람들을. 그리고 또다시 위협받는 수산업 관련 종사자와 그 가족들의 생계를.


세계 10대 경제대국이자 10대 강대국이자 선진국에 속하는 대한민국. 

일상 속에서 최첨단 과학의 혜택을 어떤 나라보다 많이 누리고 사는 대한민국. 

이런 나라에서 공포감을 조장하는 정치적 목적의 악성 루머가 과학적 증거보다, 과학자들의 말보다 더 먹혀들어가는 것 같은 이 기이한 현상을 과연 어떻게 해석하고 이해해야 할까?   

       

후쿠시마 원전사고(2011년 3월 11일 발생) 당시 약 520 PBq(페타 베크렐)의 방사성 물질이 방출되었지만 지난 12년간 우리나라 인근 해역 방사능 측정값에 유의미한 변화는 없었다. 왜 그럴까? 

    

후쿠시마는 일본 열도의 동쪽에 있어 그쪽 바다에 쏟아진 방사능 물질은 대부분 우리나라 해역으로 바로 들어오지 못하고 태평양을 돌아서 와야 하기 때문이다.      

   

부산공대 정재준 교수 발표 자료 중에서

그래서 그 당시 회를 실컷 먹었다.  

  

그 사고가 있은 지 12년이 지난 지금, 일본은 그동안 방사능 희석 정화작업을 거친 오염 처리수를 2023년부터 30년에 걸쳐 해양방류할 예정이라 한다.


이 처리수에 포함된 삼중수소에 의한 방사능은 약 0.78 PBq이며 이는 삼중수소의 선량계수비를 감안하면 원전사고 당시 방출량의 수 천분의 1 정도에 해당하므로 해양방류에 의한 국내영향은 무시해도 되는 수준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래서 필자는 요즈음도 각종 해산물을 마음껏 즐기고 있다.    


이런 작금의 현실 속에서 나의 관심은 해산물이 아니라 진단 목적의 방사선 촬영에 가 있다.   

그럼 이제 의료 쪽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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