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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우물 Aug 15. 2023

삶15 생선회 먹어말어? CT 찍어말어?(2)

세슘 범벅 우럭과 X-ray 검사 비교

이상한 사람들


의원(clinic)에서의 진단과 치료에 한계가 있어 상급 병원(hospital)으로 넘어가 정밀진단 단계를 거치게 되면 이런저런 영상검사를 받게 되는데 그중에는 X-ray를 이용한 방사선 촬영도 상당수 포함된다.


그런데 참 이상타.

바다에서 잡히는 해산물 몇 점 먹을 때는 이것이 방사능에 얼마나 오염되었을 지에 대해 다들 그렇게나 관심이 많으면서, 정작 강력한 방사선을 바로 쏘아 보내는 엑스레이 검사를 받을 때는 이게 몸에 얼마나 해로울지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그러니 여태껏 그에 대한 질문을 해온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것 아니겠나?


배경방사선(Background radiation)


우리는 항상 방사선에 노출되어 살아가고 있다.

비행기를 타고 창공을 높이 날아가면 우주에서 내려오는 우주방사선(cosmic ray)을 쬐고, 자연 속에서는  토양, 암석 및 물속에 들어있는 우라늄 같은 방사성 물질의 분해에 의해 생성된 라돈 가스에서 나오는 방사선을 받고, 집안에서도 (콘크리트) 건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라돈 가스의 방사선에 노출된다.


이들을 통틀어 자연배경방사선(Natural background radiation)이라 하는데 최근의 미국 측정치에 따르면 미국에 거주하는 일반인들이 받는 이배경방사선의 평균 선량(effective dose)은 연간 약 3 mSv.

(이 양은 거주하는 지역에 따라 편차가 많아 콜로라도나 뉴멕시코 같은 고지대에 사는 사람들은 해안가에 사는 사람들보다 약 1.5 mSv를 더 받는다.)


방사선 단위에 대한 이해


우리가 방사선의 폐해에 대해 논하자면 방사선과 관련된 단위부터 알아야 한다.

이 글의 앞장에서는 베크렐(Bq)이란 용어가 나왔고, 이 장에서는 시버트(Sv)란 용어가 나온다. 이 둘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Bq은 방사성 물질의 방사능 또는 붕괴율을 측정하는 데 사용되는 단위로서 1초 동안 얼마나 많은 방사성 분해/붕괴가 발생하는지를 정량화한 것으로 1Bq은 초 당 1회 붕괴가 일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후쿠시마 원전사고(2011년) 당시 방출된 방사능이 약 520 PBq(페타 베크렐)이라 함은 초당 방사선 붕괴 회수가

520 x 1,000조(1,000,000,000,000,000) 번 일어났다는 말이다.


Sv는 인체에 흡수된 방사선 에너지의 양을 정량화 한 단위로서 밀리시버트(mSv)를 기본 단위로 한다.

이를 요약하면 Bq는 방사성 붕괴의 활동 또는 속도를 측정하는 데 사용되는 단위인 반면 Sv는 방사선의 생체 조직에 대한 생물학적 영향 및 잠재적 피해를 측정하는 데 사용되는 단위(유효선량, Effective dose)이므로 우리가 알고 있어야 할 단위는 Sv다.


진단용 방사선 검사의 유효선량


방사선 검사의 원리는 환자에게 X-ray라는 강력한 방사선을 투사하여 인체의 각 조직을 관통하여 나온 빛이 필름을 감광시키는 정도에 따라 인체 내부에 있는 각종 장기의 형체를 구분하여 그림으로 그려내는 것이다.(요즈음은 필름 대신 디지털 디텍터를 사용한다.)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은 인체를 관통하는 다량의 엑스선이 아니라 인체에 흡수되는 미량의 엑스선(흡수선량, 유효선량)이다.

이 흡수선량은 검사마다 다 다른데 영상의학과에서 행해지는 검사 중 선량(線量, radiation does)이 가장 적은 것과 가장 많은 것, 이 두 가지만 가지고 접근해 보자.


엑스레이 검사 중 가장 선량이 적은 것은 단순흉부엑스선촬영으로 0.1 mSv이고, 선량이 가장 많은 검사는 조영제를 주사하기 전 후로 찍는 ‘복부 CT 촬영’으로 15.4 mSv에 이르고, 이를 자연방사선량(3 mSv)과 비교하면 각각 12일 치 5.1년 치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 병원에서 기슴 사진 한 번 찍으면 내가 일상생활에서 받는 자연방사선량의 열흘 치를 한 번에 받는 것이 되고, 복부 CT를 한 번 찍으면 5년 치를 한꺼번에 받는다 이 말씀이다.


하지만 이래도 별로 실감이 안 날 것 같아 다른 비유를 하나 들어보겠다.

지난 6월, 일본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발견된 우럭에서 일본 식품위생법이 정한 기준치의 180배에 달하는 18,000 베크렐(Bq)의 방사성 세슘이 검출되어 논란이 일었고 국내 언론에서도 대대적으로 받아썼다.

이는 10년 동안 후쿠시마 내항에서 자란 우럭 한 마리에서 측정된 수치다.


그럼 이 베크렐을 시버트 단위로 바꾸면 얼마나 될까?

이에 대한 답은 카이스트의 정용훈 교수가 보내준 아래의 그림 한 장에 명쾌하게 나타나있다.

즉 이런 우럭 1Kg짜리 한 마리를 통째로 먹었을 때 인체가 받는 유효선량은 0.23 mSv 정도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복부 CT 한 번 찍는 것은 이런 우럭 67마리를 먹는 것이나 마찬가지란 이야기다.


어찌할까나?


이제 결론을 내리자.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이라면 그 어떤 것이든 가능한 한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각 나라 정부는 그 안전기준을 아주 엄격하게 정해놓았다.


하지만 이 기준과 현실은 상충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한국의 원자력 안전법 기준 대한민국 일반인의 연간 선량한도는 1밀리 시버트(mSv)로 정해놓았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 년 동안 받는 평균 자연방사선량은 2.4 ~ 3 mSv다.


원자력 안전법에 따른 기준을 지키려면 국민 모두가 저지대 내지는 해안가에 살아야 하고, CT 검사는 절대 받지 말아야 한다.


그리하면 어떤 부작용이 생길까?

폭우나 태풍이 올 때마다 수재민이 넘쳐나고,  암 환자에 대한 진단 지연과 오진으로 국민 건강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그에 따른 의료보험 재정 지출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상과 현실과의 조화다.

이를 이루어내려면 우리 모두가 현실을 감정이 아니라 냉철한 이성으로 접근해야 하고, 막연한 불안감보다 과학적 증거를 믿어야 하고, 정치적 선동보다 전문가의 말을 따라야 한다.


의사들은 방사선 검사를 의뢰하기 전에 한 번 더 환자의 안전을 생각해 보고, 초음파로 충분히 카버 할 수 있는 질환까지 CT를 남발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


환자는 의사의 처방에 의문이 있을 때 필히 물어보라. 환자는 의사에게 물어볼 권리가 있고 의사는 그에 답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별 이상이 없는 데도 쓸데없이 너무 자주 검진 하지 말고, 검진 시 꼭 CT를 포함시키고 싶으면 폐암 선별검사에 쓰이는 '저선량 흉부 CT(Low dose chest CT)'를 선택하라. -조영제를 사용하지 않는 이 검사는  선량이 1.5 mSv 밖에 되지 않지만 진단적 가치는 높다.-  


참고자료 및 자문학자들     

-참고자료-

1)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의 국내 영향’ - 정재준 부산공대 교수 - 2023년 6월 16일 마로니에 정기 모임에서 발표

2) ‘부정적 방사능 루머의 여론 속에서 전문가의 역할은 무엇일까???’‘ -대한방사선방어학회 대외협력위원 한은옥 - KARPe-Letter vol.6, No.1

3) 북미방사선의학회(R.S.N.A.)의 지원을 받는 ’환자를 위한 방사선정보 기구(RadiologyInfo.org) 홈피 중 방사선량(Radiation Dose)의 비교 부분(https://www.radiologyinfo.org/en/info/safety-xray)

4) 한국 학자들이 한국 연안에서 채취한 해수와 수산물의 방사능 오염 정도를 측정하여 Journal of Environmental Radioactivity라는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 -(Volume 174, August 2017, Pages 30-37) -

https://doi.org/10.1016/j.jenvrad.2016.11.001

5) 메디칼월드뉴스(2021년 3월 9일)

medicalworldnews.co.kr/m/view.php?idx=1510940792

6) 정용훈 교수, "오염수 방류해도 수산물 안전" (knn.co.kr)



-자문-

1) (전) 동남권원자력의학원 핵의학과 양승오 박사

2) 카이스트 정용훈 교수

                    



각 엑스레이 검사 시 받게 되는 흡수 선량은  검사 장비의 기종에 따라, 찍는 방식에 따라, 환자에 따라 차이가

나므로 대부분의 자료가 '00 mSv ~ 00 mSv'로 나와 있어 독자들에게 명료하게 설명하기가 쉽지 않아 고심하던 중 위 참고자료 3번을 발견하곤 눈이 번쩍 띄었다. 


이것은 믿을만한 미국 사이트로서 평소의 미국인 답지 않게 '00 ~ 00' 대신 화끈하게 단일 수치로만 나와있는 데다 자연방사선량과 각종 엑스레이 검사 시 받는 선량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어 유효선량 관련 수치는 전부 이 자료를 인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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