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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우물 Jun 09. 2024

인IV19 My way My life My story3

My story

My story     


회고록의 의미

오래전부터 여러 분야의 글을 써서 내 블로그에 올려왔지만 3년 전부터는 지나온 내 인생을 돌아보는 회고록과 일상에서 경험하고 느끼는 여러 생각에 대해 주로 쓰기 시작했다.


회고록을 쓰게 된 첫 번째 이유는 지난날의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생각해 보기 위함이요, 두 번째 이유는 나의 후손들에게 자신의 내면적 뿌리가 어디서 유래했는지를 알려주기 위함이었다.     


생의 첫 기억부터 써 내려가기 시작하자 그동안 무의식의 바다에 침잠하여 잊고 지냈던 옛날 일들이 하나하나 의식의 수면 위로 떠 오르면서 어떤 것은 잃었던 보물을 다시 찾은 것 같은 희열에 행복한 미소를 짓게 했고,

어떤 것은 아물어가던 상처를 다시 헤집는 것 같은 심한 통증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게도 했다.

그러면서 뭔가 커다란 그림이 완성되어갔다.          


과거에는 하나의 단편들로만 존재하던 각각의 사건들이, 그래서 그때는 그 의미를 잘 몰랐던  개개의 사건들이, 하나의 줄에 꿰어놓고 보니 전체의 한 부분으로 눈에 들어왔다. 그랬다! 그들은 모두 하나의 형태를 만들어내기 위한 퍼즐 조각들이었고 한 조각이라도 없으면 완성되지 않는 조각보 속의 소중한 조각천이었다.     

     

이 세상에 얼굴을 내민 지 70년 이상의 시간이 흘러 과거에 내 가슴에 대못 박았던 사람들의 최후도 보게 되고, 오래전에 일어났던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의 결말도 알게 되고, 한 사건이 다른 사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까지 알고 나니 나의 인생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면서 나를 보내신 이의 뜻도 점차 또렷해지기 시작했다.    


아버지께 가지고 갈 선물

앞으로 한 3년만 더 직장을 다닐 정도로 다리만 버텨준다면 이 땅에서의 미션은 대충 마무리되기에 지금부터 길 떠날 채비를 해야겠다. 그래서 생각해 본다. 내가 인생 열차의 종점에 내려 본향으로 가는 마차로 갈아탈 때 무얼 가져갈 것인지를.


답은 정해졌다. 나는 내 가방 속에 내가 쓴 책 두 권을 넣어갈 것이다.     

한 권은 내가 살아온 인생 여정의 굵직한 발자취를 소설 형식을 빌려 그린 나의 전기(傳記, biography) 「보조기」요, 또 한 권은 소소한 일상에서 나누고 느끼고 깨달은 것들을 기록한 「인요레」다.


나는 이 두 권을 들고 가서 보조기는 하늘나라 입국심사대를 통과할 여권으로 사용하고, 인요레는 맨발로 뛰어나와 나를 맞아주실 아버지께 선물로 내놓고 밤새 읽어드리려 한다.     


관계의 중요성

이 두 권 다 세상에서 유일한 나만의 이야기, My story에 관한 것이다. 

내가 쓴 책이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려면 어떤 내용이어야 할까? 

그것은 다양하고 풍성한 소재를 바탕으로 재미와 감동과 의미가 잘 버무려진 작품이라야 할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쓸려면 그 소재는 어디서 구해야 할꼬? 

그것은 전부 사람과의 관계에서 나온다.      


아버지는 나를 길 떠나보내면서 외롭지 말라고 많은 길동무를 보내주셨다.

어려서 만나는 가족과 친구와 선생님,  다 커서 만나는 연인과 동료와 공동체 식구들. 

이들 중에는 그냥 스쳐 지나가는 사람도 있고, 내 소매를 붙드는 사람도 있고, 내가 붙잡는 사람도 있고, 

금방 헤어지는 사람도 있고, 평생을 동반자로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맛보고 사랑과 정을 나누고 희생과 양보를 배우며 서로의 존재가치를 깨달아가고 그 과정에서 풍성한 이야깃거리가 생겨난다. 


이것을 소재로 써 내려가는 나의 인생 이야기는 내가 그들과 어떤 관계를 맺어가는가에 따라 보석처럼 반짝이는 아름다운 작품이 될 수도 있고 지저분한 쓰레기 같은 내용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우리들의 이야기

인생을 진정으로 부요하게 살다 가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그는 통장에 잔고를 많이 남긴 사람이 아니라 기억의 창고에 영원히 보관하고픈 추억을 많이 쌓아놓은 사람이다. 


사람은 죽기 직전의 순간, 기억의 망막에 자신에 관한 동영상이 휘리릭 지나가는데 그 상영시간은 나이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추억의 양에 비례한다. 


부와 권력과 명예로 소중한 추억을 바꿔 먹은 사람들

그래서 마지막 순간에조차 별로 비춰줄 것도 없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빈한하게 살다가는 가장 불쌍한 사람이다.     


인생을 진정으로 잘 살다 가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그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재미있고 따뜻하고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써내려간 사람이다

비록 내용은 비극적이라 할지라도 유머로 재미있게 풀어가고, 정으로 따뜻한 온기를 느끼게 하고, 사랑으로 감동케 하는 그런 이야기. 


이것이 우리가 살면서 써 내려가야 할 우리들의 이야기이자 나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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