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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우물 Jun 23. 2022

인13 아내의 수술(후편)

아내란 존재


기도

수술은 8시 반, 아침 첫 스케줄.

Operator는 내 제자이자 고등학교 후배인 칼 맛 날카로운 사무라이 최교수다.


전날, 나는 내일 아침 6시 반에 오셔서 기도해 달라고 목사님께 부탁했다.

아내가 나무란다.


"뭐 한다고 꼭두새벽부터 목사님 잠도 못 주무시게 불렀어요? 수술 후에 오셔도 되는데."


"이왕오시는 것, 수술 들어가지 전에 기도해 주시면 당신 불안감이 덜 할 것 아니야!"


"나는 마~ 수술실 들어갈 때 당신만 옆에 있어주면 돼요!"

 

6시 반.

목사님과 셋이서 병실에서 기도하고 나자 아내와 오랜 믿음의 동지들인 정 권사와 김 집사가 도착해서는 조용히 그들만의 기도를 드렸다.


7시 10분.

목사님과 정 권사, 그리고 김 집사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배웅하고, 나 혼자 옆에서 에스코트하는 가운데 아내는 환자 운반용 침대에 실려 수술실로 내려갔다.


수술실 문이 열리자 나는 아내 손을 잡고 걱정 말라는 눈길을 보냈고 아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술

수술 소요 시간은 약 30분.

8시 반에 시작하면 별 일이 없는 한 9시면 끝나고, 수술이 끝나면 최 교수가 바로 나에게 연락주기로 했다.


9시.

아직 연락이 없다.


9시 

10분, 

20분, 

30분이 되어도 연락이 없다.


'이 친구가 까먹었나? 그럴 친구는 도저히 아니고…. 그럼 이 상황을 어찌 해석해야 하나?'


또다시 지난 꿈 생각나면서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도저히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회복실로 전화했다.


"나, 영상의학과 한 교순데요, 혹시 김00 환자 들어왔나요?"

"아직 안 오셨는데요."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안 되겠다. 올라가 봐야겠다.


급히 가운을 갈아입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얼른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교수님, 최창숩니다."

"아, 최교수!"

"이제 끝났습니다. 올라오시죠."


혹시 목소리에 손톱만큼이라도 어두운 구석이 있나 하고 촉각을 곤두세웠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아 일단 안심은 되었다.


회복실로 들어갔더니 아내가 산소마스크를 쓰고 눈을 감고 누워있다.

마취를 담당했던 김 교수와 최교수가 옆에 서 있다가 나를 맞는다.


"교수님! 돌이 하도 크고 많아 복강경 구멍으로 담낭이 잘 빠져나오질 않아 배 안에서 좀 깨고 나온다고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수술은 잘 되었고 마취과에서 과장님, 부원장님까지 오셔서 신경 써 주어 모든 게 잘 끝났습니다.”


그러면서 담낭에서 끄집어낸 돌들을 보여 준다.

완전 자갈마당이다.


'에그, 저렇게나 많은 돌이 들어앉았으니 어찌 안 아프고 배기겠나? 진작 수술시킬걸, 츳츳.'


연민


두 사람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아내 옆에 앉아 마취에서 깨어나길 기다리다 아내의 손을 가만히 잡아보았다.


차다.

발을 만져보았더니 역시 차다.


서로 대학 졸업반 때 처음 만나 지금껏 아내와 함께 한 35년의 세월이 고배속 필름 돌아가듯 휘리릭 돌아가면서 아내에 대한 연민의 정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나 같은 사람 만나 그렇게 어렵게 결혼해서, 남들은 다 의사 마누라라고 호강하며 사는 줄 알겠지만 의사도 의사 나름.


하필이면 대학교수 마누라가 되어가지고 신혼 초부터 졸라맨 허리 아직도 졸라매고, 몸이나 어디 튼실하나? 코스모스 같이 가냘픈 몸으로 남편 보조기 노릇 하랴 혼자 아이 둘 키우랴.


오로지 '강단' 하나로 버텨온 당신. 그동안 참말로 고생 많았데이. 내 이 신세, 어찌 다 갚을꼬?

아이고, 눈물이 나오네.

원망


손발을 계속 주물렀더니 온기가 다소 돌아오면서 아내가 깨어난다.


"여보, 나 알아보겠어?"


아내가 고개를 끄덕인다.


"어디 아픈 덴 없고?"


아직 말은 못 하고 손가락으로 배를 가리키며 복잡다단한 표정을 짓는다.

아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지 말 안 해도 알겠다.


"무통 달고 나오기 때문에  하나도 안 아프다 하더니 순 사기네~~~’

하며 앙탈 부리는 것 같아 웃음이 나온다.


"어디 아픈지까지 아는 걸 보니, 마~ 살아났네, 안심이다 하하."


아내는 양 눈썹에 힘을 주며 더 원망스런 표정을 짓는다.



2013년 10월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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