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로 산다는 것
별 것 아닌 것 가지고 아내와 다투었고
서로의 가슴에 생채기를 냈다.
다음 날 출근해서 오전 내내
가슴에 맷돌 하나 올려놓은 것처럼
마음이 무겁고 가슴이 조여 오는 것 같아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았다.
점심 식사 후, 방에 돌아와
불 끄고 탁자 위에 다리 올리고 의자 등받이에 느긋이 기대어
커피 한잔하면서 생각하니
내가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자 왈(曰)
나이 육십이면 이순(耳順)이라,
남이 무슨 말을 하든 귀에 거슬리지 않고 이해할 만큼
경륜과 연륜이 쌓인다 하였는데
예순을 넘어도 다섯 번은 넘었는데
40년 가까이 살아온 아내 말 하나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리지 못하고
아직도 기가 살아
말 한마디에 지렁이 소금 뿌린 듯
성질이 꿈틀거리고 앉았으니 이 일을 어이할꼬?
내 가슴이 이리 답답~ 한데
집에 있는 아내는 오죽하랴!
'어찌하면 상처받은 아내 마음을 어루만져 줄까?'
하고 생각하다가 아이디어가 하나 떠 올랐다.
‘내 노래를 배경으로 깐 추억의 동영상 제작'
레지던트 둘을 차례로 불러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내 노래 중 'Yesterday'란 노래 위에
아내와 함께 찍은 추억의 옛 사진 10여 장을 입혀
한 시간 넘게 낑낑대며 뮤직비디오를 한 편 만들어
몇 마디 멘트와 함께 아내에게 카톡으로 날렸다.
그러자
온종일 밥도 안 먹고 있던 아내가 이걸 보고는
얼어붙었던 마음이 노골노골 녹아내려
이렇게 답이 왔다.
거기에 더해
아내는 그 동영상을 가족 단톡방에 올려놓고
아이들과 종알종알 문자 삼매경이다.
역시,
부부간에 생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는
둘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추억만 한 묘약은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