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의 빠른 변화와 아침마다 쏟아져 나오는 최신정보에 익숙해진 요즘이다. 남들과 소통하기 위한, 남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정보공유’라는 문화 속에서 나만의 고유함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사람의 마음이 가장 솔직해질 수 있는 대상은 자연일 것이다. 자연이 만들어 낸 또 하나의 창조물은 우리에게 생각의 여유와 더불어 ‘미학’의 참뜻을 깨닫게 해준다. 자연이 그 자체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예술품을 만들어 냈을 때 인간은 삶을 초월한 능력을 얻게 되고 그런 것들을 표현하기 위하여 예술가가 탄생했을 것 같다. 이 모든 것들도 인류가 풍요로워졌을 때 나타난 현상이지만 말이다. 자연의 풍요로움이 느껴지는 창조물 중에는 ‘달’이 있다. 달을 통해서 잊혀가는 소중한 것들을 찾아 신선한 힘을 얻고 싶다.
달은 ‘어머니’이다.
어머니와 아이의 관계는 우리가 먼 옛날 알 수 없는 태곳적부터 존재해 왔다. 아기가 태어나 가장 먼저 하는 말이 신기하게도 ‘엄마’라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아기는 어딘가에서 ‘엄마’라는 단어를 배우고 온다. 그런 의미에서 ‘달’은 어머니의 따뜻함과 조건 없는 사랑을 느끼게 한다. 우리가 항상 자식과 같은 나약한 존재에 속해있을 때 달은 어머니와 같은 관대함으로 둥그런 미소를 주고 나만이 특별한 사랑을 받는 양 착각을 하게 만든다.
달은 ‘꿈’이다.
달을 매개체로 하여 많은 작품과 생각이 탄생하였다. 하지만 대부분은 달 자체가 아니라 인간 각자의 현실 불가능한 것들이 달을 통해 재생되었다. 그것을 우리는 ‘꿈’이라고도 한다. 달이 가장 돋보이는 가을날 달에 소원을 빌면 이루어질 것 같은 믿음이 생기는 것도 달이 우리에게 주는 ‘꿈’이 있기 때문이리라. 결코, 영원한 것이 없는 현실에서 상처의 묘약으로도 늘 버팀목이 되어준다. 우리는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무궁무진한 비밀을 달에 털어놓고 희망을 얻어 또 다른 멋진 꿈을 실현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깨닫곤 한다. 가장 현명한 상담사는 조언해 주는 것이 아니라 그냥 들어주는 것으로 상대방의 상황을 스스로 정리하게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달은 단지 존재함으로 고마운 대상이다.
달은 ‘자연이 주는 최고의 아름다움’이다.
‘어린 왕자’에 나오는 불평꾼 장미꽃이 말없이 아름다운 다른 장미들보다 매력적이고 값진 이유는 고유의 멋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말로는 표현할 수 없어도 ‘나쁜’의 꼬리표가 붙은 인간적인 미성숙이 자연 앞에서 완성된 아름다움으로 승화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달은 변화를 주며 사랑하는 법까지도 알려 주는 것 같다. 일 년 중 한가위의 보름달이 가장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도 그동안 ‘초승달’, ‘반달’ 등으로 자신의 모습을 변화 시켜 온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달이 인간과 다른 하나는 언젠가는 꼭 보름달을 떠올린다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고 신비롭게도 우리 각자에게 그 빛의 힘을 쏟아 부어준다는 것이다. 우리는 노력하지 않고도 달의 조건 없는 사랑을 받으며 갓 태어난 아기처럼 ‘방긋’ 웃을 수 있기에 자연의 창조물 ‘달’을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과학자들이 발견한 인간과 과학의 아름다움의 차이는 인간은 아름다움에 대해 비슷하지만 다른 자신만의 해석이 있는 것이고, 과학은 어떤 시점에서 보아도 동일한 아름다움의 결과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 완벽함은 둥그런 원에서만 가능하기에 우리가 보름달을 보고 신비감에 젖는 것도 그런 과학적인 요소가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 피곤하고 지쳐있을 때 가끔 밤하늘을 보라. 가을 하늘의 청명함 속에 달은 우리에게 생명의 경이로움과 내 고유의 힘을 선물로 줄 것이다. (*)
2013.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