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by May

별로 차이가 날 것 같지 않지만 한 살의 차이가 꽤 많게 느껴질 때가 있다. 1월과 12월생이 그렇다. 나중에는 똑같아진다고 하지만 한 번 정해진 이미지는 좀처럼 바꾸기 어렵다. 11월생에다 막내인 내가 주위에 언니가 많은 이유는 학교생활에서 굳어진 동생 같이 편안한 느낌이 익숙해서 일 것이다. 그런 이유로 어떡하면 언니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지 터득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일상에서 우연인지 필연인지, 나보다 나이 많은 분들과 함께 일하는 경우가 많았다. 돌다리도 두드리는 성격이지만 언제든 모르면 물어볼 수 있다는 안심감이 자신감을 주었고 그분들도 의지가 되고 있다는 것에 책임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물론 나도 가끔은 언니가 되지만 말이다.


지금도 생각나는 한 언니가 있다. 내가 다니는 회사건물에 새로 들어온 금융기업이 있었는데, 엘리베이터에서 인연이 되었다. 세련된 분위기와는 달리 부산 사투리가 정겨웠고, 패션이나 취미도 배울 점이 많아 보였다. 그 언니가 대단하게 보인 것은 회사가 끝나고 생활용품 할인매장에 같이 갔을 때의 일이다. 전에 샀던 물건을 안 바꾸어주려는 점원을 따끔히 혼내고는 넉넉한 표정으로 원하는 것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나라면 영수증을 갖고 있더라도 그렇게 다시 찾아가 바꾸지 않았을 텐데, 나와 다른 모습이 놀라웠다. 그녀의 그런 적극적인 자세를 부러워하면서 몰랐던 자신을 알게 되었다. 솔직한 감정과 권리보다는 주위를 신경 썼던 나약함을. 언니에게는 일상이지만 나에게는 삶을 살아가는 새로운 감각이 되었다. 그런 언니와 오래 친하게 지내고 싶었으나 어느 날, 동경으로 이직해야 한다며 마지막 인사 겸 밥을 사주었다. 밥값을 내려는 언니의 지갑 안은 몇 장 안 되는 지폐가 있었고 그것을 몽땅 쓰게 할 수 없어서 내 지갑을 꺼내려 하자 괜찮다고 했다. 홀연히 돌아서서 걸어가는 언니의 뒷모습에는 약하고 힘없는 영혼의 떨림이 있었다. 들키고 싶지 않았던지 잠시 후 눈을 맞추며 손을 흔들어 주었지만, 무엇이라 표현할 수 없는 안타까움. 언니라서 항상 강한 것만은 아닌데, 알면서도 아쉬운 이별을 했고, 며칠 후 언니가 다녔던 회사가 다른 곳과 합병되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훗날, 동경에 연수 갔을 때 언니와 만날 수 있었고, 꼭 주고 싶은 선물도 전해주었다. 여전히 위풍당당함 속에 감춰진 여리고 눈물 많은 아름다움이 있었다. 그러니 언니 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당장에라도 언니라고 부르고 싶은 따뜻한 입김에서 스르르 새어 나오는 정겨운 발음. 그러나 언니가 나이만 많다고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강자로서 나보다 약한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과 상큼한 지혜가 있는 사람이라면 나보다 나이가 어려도 언니이다. 자신의 선행이 칭찬은커녕 인정받지 못해도 변명하지 않는 사람이 언니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나도 언니의 역할을 해 보고 싶지만, 또 다른 언니들이 등장했다. 바로 어린아이 들이다. 어린이처럼 자기감정에 솔직한 사람은 없다. 어른이 되면 대부분 상식에 맞게 행동하고 정답이 없음에도 주관적인 평가를 한다. 그것은 마땅히 언니라는 호칭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바른말을 해서 미움을 받는다면 곤란할 수도 있다. 동생들이 항상 알면서도 말 못 하고 상대의 눈치를 볼 수도 없고 말이다. 스스로 깨달을 시간을 주지 않고 자신의 방법만을 강요한다면 진정한 언니가 될 수 없다.

우리가 언니로부터 받은 격려와 사랑은 어쩌면 작은 것일지도 모른다. 나를 사랑해 주고, 믿어 주고, 약속을 잘 지켜준다는 순수함.


언니가 되는 방법을 잊어버렸다면 차라리 어린아이들에게 물어보면 좋겠다.*

2016년 8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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