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정신력과 집중력을 발휘하다.
<사진출처:NEWSIS>
"진희야, 너 왜 요즘 왜 이렇게 산만한거야! 정신차려! 니가 더 고생을 해봐야 정신차리겠구나!" 라는 할머니의 호통에 멍해졌다. 강의, 대학원 수업, 삼남매 육아를 병행하고 있는 나는 정~~말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작 중요한 텝스 시험접수를 깜빡하고 있었다.
23학년도 박사과정 진학을 위해 텝스 시험점수는 꼭 필요했다. 더욱이 서류 접수 전 두 번은 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었는데...완전 망했다. 정신차리고 보니 이런! 생애 최초 텝스시험이 서류제출전 마지막 시험이 되고 말았다. 믿고 싶지 않은 현실에 다시 한번 시험일정을 체크해보았다. 역시나 였다. 다급해진 마음으로 급히 시험접수를 했다. 하지만 공부할 시간은 엄청 아니 엄청 엄청 부족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추석연휴가 떡 하니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댁은 진주, 나의 친할머니는 대구, 친정은 김천 그리고 우리 집은 남양주이다. 그야말고 지옥의 스케쥴이었다. 더욱이 삼남매와 큰 아들같은 애들아빠를 데리고 일정을 소화해 내려니 엄두가 나질 않았다. 시골에 가는 길, 조수석에 앉아 텝스 책을 폈다. 깜깜해서 글자가 보이지 않았다. 체념을 한채, 나는 책을 덮어 버렸다.
드디어 결전의 날이 다가왔다. 텝스 시험을 치르기 위해 집에서 40-50분은 떨어진 곳으로 이동해야 했다. 문제는 우리 삼남매였다. 시험 날까지도 나는 아이들을 돌봐 줄 사람을 구하지 못했다.
"엄마! 우리도 엄마 따라 갈래!" 첫째가 말헀다. 결국 나는 초3, 초2 그리고 5살이 된 셋째를 데리고 시험장 근처 키즈카페로 향했다. 나는 시험을 치르는 동안 아이들을 신나게 놀게 할 생각이었다.
"사장님, 제가 여기 근처에 있는 학교에서 텝스시험 치고 올건데..."라는 말이 무섭게 사장님은 말했다. "어머님! 그건 안돼요. 죄송하지만, 보호자 동반없이는 절대 안돼요!" "아, 그럼 시험장에 전화해볼게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나는 사장님께 양해를 구했다.
주말에는 고객센터 업무를 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고 어쩔 수 없이 학교 숙직실로 전화를 걸었다. "제가 일이 있어서 그런데 혹시 텝스 시험 담당자분 연락처를 구할 수 있을까요?" 숙직실 선생님께서 이렇게 답하셨다. "심부름 꾼도 아니고 왜 여기로 전화했어요?" 숙직실 선생님의 말씀이 맞긴 했지만 기분은 좋지 않았다. 꾸우욱 눌러왔던 뜨거운 눈물이 나왔다. 참으려 했지만 활화산처럼 뿜어져 나왔다. 이런 상황을 옆에서 지켜보던 키즈카페 사장님이 말했다. "이번만 허락해드릴게요. 걱정마시고 다녀오세요."
나는 눈에 밟히는 아이들을 두고 시험장으로 향했다. 시험장 안 지정된 나의 자리에 앉았는데 자꾸 눈물이 났다. 참아 보려 안간 힘을 썼지만 자꾸 눈물이 났다. 내 생애 역대급 정신력을 동원해야했다. 그런데 첫 시간은 듣기 시험이었다. 문제지에 보기가 없었다. 이건 뭐지? 정말 당황스러웠다. 40분 동안 초집중해서 풀어야 하는 듣기평가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문득 문득 떠오르는 키즈카페 사장님과 아이들의 얼굴...그야말로 미칠 것 같았다. 그 순간 올림픽 선수들이 떠오르면서 '집중하자! 집중하자!' 라고 속으로 부르짖었다.
키즈카페 사장님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삼남매를 데리고 무사히 집으로 귀가했다. 정말 힘든 하루를 보냈다.시험 점수 발표일 까지 나는 조마조마 했다. 과연 나는 커트라인을 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