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살인 나, 서울대에 입학지원서를 냈다.

삼남매의 응원에 용기 내었다.

by 허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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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생애 최초 텝스 시험을 치르고, 다행히 입학 지원 커트라인 점수를 넘겼다. 하지만 타전공자들은 학과장님 면담을 하고 지원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아야 한다. 엄청 긴장된 마음으로 교수님의 방문을 두드렸다.


"음, 그래요. 자기 소개를 봤는데, 어떤 주제로 연구하고 싶어요?" 교수님이 물으셨다.

또다시 긴장감이 몰려왔다. 나는 최대한 차분하게 설명드렸다.

그리고 교수님이 이렇게 답변을 주셨다.

"이건 내가 결정하는 것보다 담당 교수님의 승인이 필요한 것 같은데..."

담당 교수님은 업무차 지방에 계신 상태였고, 많이 바쁘셨다. 감사하게도 전화통화로 면담을 진행하자고 하셨다. 나는 교수님 편하신 시간에 연락을 달라고 문자를 남겼다.



우리 막둥이 셋째, 유준이를 픽업을 위해 유치원으로 향했다. 유준이는 아직 하원 못한 친구를 기다렸다가 함께 놀다가 집에 가고 싶다고 했다. 잠시 뛰어다니며 놀더니 갑자기 그 신호가 왔나 보다.

"엄마, 나 끙 마려워!"

나는 셋째를 데리고 급히 화장실로 갔다. 조그만 화장실 칸 안에서 볼일을 다 볼 때까지 서있었다. 그런데 그때 마침 휴대전화 벨이 울렸다. 헉! 교수님 이셨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나는 당황한 채로 얼른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면담이 시작되었다. 그 사이 유준이는 볼일을 다 보고 이렇게 말했다. "엄마, 나 끙 다 쌌어."

나는 휴대전화를 한쪽 어깨에 올리고 머리를 기울여 고정시킨 채로 면담을 하며, 뒤처리를 해주었다. 나는 손도 씻지 못한 채로 나와서 면담을 이어나갔다. 드디어, 승인이 떨어졌다. 서울대 의과대학 박사과정에 지원할 수 있게 되었다. 내 학력과 경력만 생각했다면 지원할 용기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꼭 세상에 알려지면 사람들에게 이로운 아이디어가 있었다. 그래서 44살에 나, 용기내어 도전할 수 있었다.



"자기소개서랑 연구계획서 봤는데, 아이디어가 신선하고 좋았어요!"라고 말씀해주셨다. 그리고 나에겐 풀어야 할 큰 과제도 함께 남겨주셨다. 10월 19일에 면접을 본다. 면접일 전까지 주신 숙제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현재 나는 삼남매 육아와 대학원 공부, 강의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틈틈이 생각하고 준비해서 반드시 숙제를 풀 것이다. 응원한다, 진희야! 그리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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