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종이 앞에서 막막한 당신을 위한 '큰 생각' 문장

with [이해-과정-가치교육을 살리는 개념기반 탐구수업] 정민수/엠디랑

by 정민수

빈 종이 앞에서 막막한 당신을 위한 '큰 생각' 문장 만들기 4단계

글쓴이: 정민수


지난 글에서 우리는 5년 뒤에도 학생들의 기억에 남을 수업의 비밀, 바로 수업의 심장이 될 ‘핵심 아이디어’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좋은 핵심 아이디어는 사실을 넘어선 통찰을 담고, 아이들의 삶과 연결되며, 더 깊은 탐구를 이끈다는 것도 확인했죠.

하지만 좋은 다이아몬드가 어떤 모습인지 아는 것과, 원석을 직접 깎아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입니다.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막상 하얀 빈 종이 앞에서 ‘그래서 이 문장을 대체 어떻게 써야 하지?’라는 막막함이 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바로 그 막막함을 설렘으로 바꾸는 구체적인 ‘큰 생각’ 문장 만들기 기술을 안내합니다. 1장에서 찾은 빛나는 ‘핵심 개념어’라는 재료들을 가지고, 단원의 주춧돌이 될 단 하나의 문장을 빚어내는 언어의 장인(Wordsmith)이 되어보는 시간입니다. 4단계의 과정을 차근차근 따라오시면, 어느새 선생님만의 강력한 핵심 아이디어가 탄생해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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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생각’ 문장 만들기 4단계 워크숍


[1단계] 재료 펼쳐놓기: 나의 핵심 개념어 다시 보기

훌륭한 건축가가 가장 좋은 목재와 석재를 고르듯, 우리도 1장에서 찾아낸 핵심 개념어들을 눈앞에 펼쳐놓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이것들이 바로 우리가 핵심 아이디어를 만드는 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 ‘재료’입니다.


(예시) ‘용해와 용액’ 단원에서 찾은 나의 핵심 개념어들

관계, 변인, 조건, 농도, 표준, 비교, 설계, 정확성, 객관성…


[2단계] 첫 문장 스케치하기: 일단, 이어붙여 보세요

이제 재료들을 엮어 주춧돌의 첫 스케치를 해볼 차례입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문장을 만들려 애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간단한 공식처럼, 두세 개의 개념어를 연결해 보세요.


[핵심 개념 1] + [핵심 개념 2][둘의 관계] 이다.

(예시) 관찰은 현상 이해의 중요한 도구이다.

(예시) 공정한 실험은 변인을 통제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예시) 비율은 두 양의 관계를 비교하고 설명하는 데 사용된다.

이 스케치 문장만으로도 단원의 방향이 훨씬 명확해지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3단계] ‘그래서 뭐?’라고 물어보세요: 사실을 넘어 통찰로

이제 스케치를 정교하게 다듬는, 가장 중요한 단계입니다. 핵심 아이디어는 학생들이 암기해야 할 ‘사실’이 아니라, 그 너머의 원리와 의미를 이해하고 스스로 설명할 수 있는 ‘생각(통찰)’을 담고 있어야 합니다. 이때 필요한 마법 같은 질문이 바로 “그래서 뭐?(So what?)”입니다.


(Before: 단순 사실) ❌ "식물은 광합성을 한다."

여기에 “그래서 뭐?”라고 물어봅시다. 식물이 광합성을 하는 게 학생들의 삶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After: 통찰이 담긴 생각) ✅ "광합성은 식물이 에너지를 얻는 생존 방식이며, 지구 생태계의 에너지 흐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문장은 ‘왜 광합성이 중요한지’, ‘그것이 생태계와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와 같은 더 깊은 사고로 학생들을 초대합니다.


[4단계] 교실의 벽을 허무세요: 삶과의 연결

마지막으로, 우리가 놓은 주춧돌이 교실 안에만 갇혀있지 않고, 학생들의 삶과 세상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예시) ‘비율’ 개념의 확장

핵심 아이디어: "비율은 두 양의 관계를 비교하고 설명하는 데 사용된다."

삶과의 연결: 이 생각은 수학 시간을 넘어, 마트에서 1+1 상품의 이득을 따져보거나(쇼핑), 요리책의 레시피를 따르거나(요리), 야구선수의 타율을 이해하는(스포츠) 힘이 됩니다.


[사례] 평범한 글쓰기 단원의 재탄생

이 4단계 과정이 실제 단원을 어떻게 바꾸는지 4학년 국어 「경험을 표현해요」 단원 사례를 통해 보여드리겠습니다.

단순히 ‘경험을 말하고 쓰는 기술’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경험, 인과 관계, 공감, 소통’ 등의 개념어를 엮어 다음과 같은 핵심 아이디어를 도출했습니다.


“경험을 말과 글로 표현하는 것은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중요한 방법이다.”

이 핵심 아이디어 하나로, 수업은 ‘글쓰기 기술’ 훈련에서 ‘나를 이해하고 친구와 공감하는 능력’을 기르는 시간으로 변화합니다. ‘주말에 한 일’을 묻는 대신, “그때 어떤 감정이 들었니? 그 감정을 색깔이나 맛으로 표현해 본다면?”과 같은 질문을 던지게 되는 것이죠.

핵심 아이디어를 설정하는 일은 단순히 문장 만들기가 아니라, 교사로서 수업의 철학과 방향을 세우는 깊이 있는 사고 과정입니다. 처음에는 어렵고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 주춧돌을 단단히 놓았을 때, 선생님의 수업은 어떤 활동에도 흔들리지 않는 깊이를 갖게 될 것입니다.

엠디랑 팟캐스트 https://www.youtube.com/@mdrangnet

참고/수업도시락 엠디랑 mdrang.net

[이해-과정-가치교육을 살리는 개념기반 탐구수업: 이론] 정민수 BOOKK출판사

[이해-과정-가치교육을 살리는 개념기반 탐구수업: 실제] 정민수 외 BOOKK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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