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이해-과정-가치교육을 살리는 개념기반 탐구수업] 정민수/엠디랑
글쓴이: 정민수
초등학교 4학년 국어 6단원 「경험을 표현해요」
아마 많은 선생님들께 익숙한, 조금은 평범하게 느껴지는 단원일 겁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아이들이 주말에 겪은 일을 재미있게 발표하고, 일기 한 편을 잘 쓰게 하면 되겠지.’ 늘 하던 대로 활동 중심의 수업을 부지런히 준비했습니다. 아이들은 즐거워했고, 교실은 활기가 넘쳤습니다.
하지만 수업이 끝난 뒤, 마음 한편에는 늘 비슷한 공허함이 남았습니다. 아이들은 분명 ‘무엇을 했는지’는 유창하게 말했지만, 그 경험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였는지에 대해서는 침묵했습니다. 우리의 수업이 아이들의 삶을 스쳐 지나갈 뿐, 마음을 깊이 만지지는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움이었습니다.
저는 이 평범한 단원을 다시 설계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먼저, 단원의 성취기준을 꼼꼼히 들여다보며 그 안에 숨겨진 진짜 목표, 즉 ‘개념 보석’들을 찾아냈습니다. 그 결과 ‘경험, 인과 관계, 감각적 표현’ 같은 지식뿐만 아니라, ‘공감과 소통, 표현의 즐거움’이라는 가슴 뛰는 가치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 보석들을 엮어, 저는 단원의 심장이 될 단 하나의 ‘핵심 아이디어’를 만들었습니다.
“경험을 말과 글로 표현하는 것은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중요한 방법이다.”
이 문장 하나가 제 수업의 모든 것을 바꾸었습니다. 수업의 목표는 더 이상 ‘글쓰기 기술’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경험을 표현하는 그 과정을 통해 ‘나’를 더 깊이 이해하고, 친구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소통’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것이 새로운 목표가 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저의 질문이 달라졌습니다.
(Before): “주말에 어디에 가서 무엇을 했나요?”
(After): “그때 어떤 감정이 들었나요? 그 마음을 색깔이나 맛으로 표현해 본다면 어떨까요?”
(Before): “가장 재미있었던 일은 무엇이었어요?”
(After): “왜 그런 마음이 들었을까요? 그 경험을 통해 자기 자신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점이 있나요?”
질문이 바뀌자, 아이들의 대답이 달라졌습니다. ‘사건의 나열’에 그쳤던 발표는,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마음의 창문’이 되었습니다. 한 아이는 동생과 다퉜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마음이 차가운 돌멩이처럼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고 표현했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그 ‘차가운 돌멩이’의 느낌에 깊이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인과 관계’를 배우는 것은 더 이상 딱딱한 문법 공부가 아니었습니다. “친구가 그런 말을 했기 때문에(원인), 내 마음이 속상했구나.(결과)”처럼 자신의 감정의 원인을 논리적으로 탐색하며 ‘자신을 이해’하게 돕는 훌륭한 도구가 되었습니다.
‘경험 표현’이라는 평범한 국어 단원이, 한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타인과 연결되는 방법을 배우는 인문학적 탐구의 시간으로 변화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아이들은 글쓰기 기술뿐만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언어로 보살피는 법, 친구의 마음에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법을 배웠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저는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수업은 교과서 속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아이들이 자기 삶의 의미를 발견하도록 돕는 위대한 여정이 될 수 있다는 것을요. 그 시작은 거창한 변화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어디 갔니?” 대신 “마음이 어땠니?”라고, 단 하나의 질문을 바꾸는 작은 용기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아닐까요.
엠디랑 팟캐스트 https://www.youtube.com/@mdrangnet
[이해-과정-가치교육을 살리는 개념기반 탐구수업: 이론] 정민수 BOOKK출판사
[이해-과정-가치교육을 살리는 개념기반 탐구수업: 실제] 정민수 외 BOOKK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