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이해-과정-가치교육을 살리는 개념기반 탐구수업] 정민수/엠디랑
글쓴이: 정민수
선생님, 혹시 이런 경험 없으신가요? 야심 차게 준비한 활동에 아이들이 예상과 다른 반응을 보이거나, 갑작스러운 질문 하나에 수업이 계획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 당황했던 경험 말입니다.
수업은 종종 예측 불가능한 바다를 항해하는 배와 같습니다. 아무리 멋진 배(수업 활동)를 준비했더라도, 명확한 항해 지도가 없다면 우리는 금세 길을 잃고 표류하기 쉽습니다.
지난 글에서 우리는 수업의 ‘얼굴’이 될 매력적인 단원 주제(초대장)를 만들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아이들을 태운 배를 이끌고 갈 교사 자신을 위한 정교한 ‘항해 지도’, 즉 ‘설계 의도’를 그릴 차례입니다.
이 지도는 단순히 ‘무엇을 가르칠지’ 나열하는 활동 계획서가 아닙니다. 이것은 우리 반 아이들의 사고가 어떤 경로를 따라 깊은 배움의 바다에 이를지를 한눈에 보여주는 교사만의 비밀 지도입니다. 이 지도를 손에 쥔 선장(교사)은 어떤 돌발 상황에도 당황하지 않고, 자신감 있게 배를 이끌 수 있습니다.
가장 효과적인 항해 지도는, 아이들의 사고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4단계의 물길을 따라 그리는 것입니다. 사회과 수업에서 “우리 모두를 위한 약속, 규칙은 왜 필요할까?”라는 주제로 아이들과 함께 배를 띄운다고 상상하며, 그 여정을 함께 따라가 보겠습니다.
항해 목표: ‘규칙’이라는 낯선 개념을 아이들의 삶 속에서 ‘발견’하게 한다.
모든 위대한 항해는 익숙한 항구에서 시작됩니다. 우리는 ‘규칙’이라는 개념을 바로 설명하는 대신,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얼음 땡’ 놀이가 펼쳐지는 운동장으로 갑니다. 그리고 질문을 던집니다.
“만약 ‘얼음 땡’에 아무 규칙이 없다면 어떨까? 더 재미있을까? 아니면 더 위험할까?”
아이들은 놀이라는 친숙한 경험 속에서 ‘규칙이 없을 때의 혼란스러움’과 ‘규칙이 주는 안정감’을 직관적으로 느끼게 됩니다. 지식을 주입하는 대신, 아이들 스스로 개념의 존재를 어렴풋이 느끼도록 돕는 것, 그것이 첫 번째 물길입니다.
항해 목표: 개인적인 경험을 사회적인 맥락으로 ‘확장’하고, 개념들의 ‘관계’를 탐색한다.
‘얼음 땡’이라는 작은 섬에서 출발한 배는 이제 더 넓은 바다로 나아갑니다. ‘교실 규칙’, ‘학교 규칙’, 더 나아가 ‘도로 위 교통 규칙’이라는 새로운 섬들을 탐험합니다. 교사는 나침반이 되어 질문을 던집니다.
“얼음 땡 규칙과 신호등 규칙은 어떤 점이 비슷할까?”
이 질문을 통해 아이들은 두 규칙 모두 ‘자유(마음대로 달리고 싶은 마음)’와 ‘안전(다치지 않을 권리)’을 조화시키기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연결하게 됩니다. 흩어져 있던 점들이 의미 있는 항로로 이어지는 순간입니다.
항해 목표: 배운 개념을 새로운 문제에 ‘적용’하고 실천하며 자신만의 결과물을 만든다.
이제 아이들은 직접 배의 키를 잡고, 미지의 땅에 자신만의 깃발을 꽂게 됩니다. 교사는 실제적인 과제를 제시합니다.
“요즘 우리 반 도서관이 너무 어수선해서 책을 읽고 싶은 친구들이 불편해해요. 모든 친구들의 ‘읽을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책과 공간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우리 반만의 도서관 규칙을 새로 만들어 볼까요?”
아이들은 모둠별로 토의하며 배운 개념을 총동원하여 실제 문제를 해결합니다. 배운 것을 ‘써먹는’ 경험을 통해, 지식은 비로소 살아있는 지혜가 됩니다.
항해 목표: 여행의 과정과 의미를 되돌아보며 배움을 ‘내면화’한다.
모든 항해를 마친 뒤, 우리는 항구에 다시 모여 여행의 의미를 되새깁니다. 아이들은 ‘수업 탐험 일지’를 쓰며 자신들의 여정을 돌아봅니다. 교사는 마지막 질문을 던집니다.
“규칙을 만들 때 어떤 점이 가장 어려웠나요? 오늘 배운 것이 앞으로 우리 생활에 어떤 도움이 될까요?”
아이들은 이 과정을 통해 ‘규칙은 우리 모두의 자유와 안전을 지켜주는 소중한 약속이다’라는 단원의 핵심 아이디어를 자신의 언어로 정리하게 됩니다. 이것이야말로 다음 항해를 위한 튼튼한 돛을 다는 과정입니다.
이처럼 ‘설계 의도’라는 항해 지도를 그리는 것은, 교사가 수업의 모든 순간에 ‘아이들의 머릿속에서 어떤 생각이 자라나고 있을까?’를 중심에 두게 하는 강력한 힘을 줍니다. 이 지도와 함께라면, 선생님의 수업은 결코 길을 잃지 않고, 아이들을 깊고 넓은 배움의 바다로 안전하게 이끌어 줄 것입니다.
엠디랑 팟캐스트 https://www.youtube.com/@mdrangnet
[이해-과정-가치교육을 살리는 개념기반 탐구수업: 이론] 정민수 BOOKK출판사
[이해-과정-가치교육을 살리는 개념기반 탐구수업: 실제] 정민수 외 BOOKK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