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한국 애플 서비스센터에 전화 걸다
220513 중국에서 한국 애플 서비스센터에 전화 걸다.
나는 앱등이입니다, 10년이 넘도록 아이폰만 주구장창 쓰고 있는 나는 앱등이가 맞는 것 같습니다. 불편함을 무릅쓰고서도 아이폰을 포기 못하는 것은 익숙함에 길들여졌기 때문일까요? 아무튼 앱등이 치고 가지고 있는 애플사의 제품은 실상 몇 없는데, 패드, 아이폰, 패드 미니 에어 팟 정도가 전부입니다. 문득 애플 워치가 있다면 지금보다 더 편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호기롭게 충동구매를 해버렸습니다. 평소 미 밴드를 차고 다니며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해서인지 오랫동안 미뤄왔던 애플 워치의 구입은 몹시 기대되고 흥분되었습니다.
오늘은 아침 일찍 택배기사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음 난 받을 택배가 없는데 뭐가 온 거지 싶어 문 앞에 두고 가라 하고 서둘러 찾지도 않았습니다. 오후쯤 느긋하게 일어나 오, 맞아 나에게 택배가 왔었지 하며 문을 연 순간, 누런 상자의 사이즈는 잊고 있던 애플 워치를 떠올리게 해 주었습니다. 택배를 뜯는 순간 그 하얀 자태의 애플…아아 이것이 행복이지. 자, 우선 진정하고 페어링을 시작해 볼까? 하지만 전원이 켜지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실망과 약간의 불안함을 품고 워치를 충전하기 시작했습니다. 15분 정도 걸렸나.. 드디어 전원이 들어옵니다!!! 쨔스!!! 이제 워치를 다시 페어링 해 볼까? 아이폰에서 인증번호를 누르라고 뜨네요, 그런데 아까의 불안함이 다시 스멀스멀 고개를 듭니다. 세상에 이게 무슨 번호인가.. 나는 듣도 보도 못한 번호의 끝자리.. 9…??? 나는 9로 끝나는 휴대폰 번호를 사용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다른 방법으로 인증을 시도해 보지만 소용없습니다.
페일.... 페어링은 시작할 수 조차 없는 상황…. 온 가족에게 전화를 돌려 9로 끝나는 번호가 있었느냐 10년 전 나의 번호가 혹시 9로 끝났던가? 혼돈의 카오스에서 겨우 정신을 차린 나는 애플 서비스 센터 번호를 검색합니다. 침착해. 한국 번호를 찾아서 국제전화를 걸었습니다. 전화가 연결되기 전까지 이 불안함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습니다. ‘상담원은 누군가의 소중한 자녀입니다 폭언과 욕설은… 뭐라 뭐라… ‘ 드디어 연결이 되었고 그녀는 앳된 목소리로 반갑고 다정하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우선 나의 정신없고 두서없는 이야기를 침착하게 들어주며 계속해서 너의 이야기를 잘 듣고 있다는 자세를 끊임없이 표현합니다. “아이궁 많이 당황하셨을 것 같아요” 15분간의 일방적이며 장황한 대화 속에서 그녀는 해답을 찾았는지 이윽고 ‘제가 알려드리는 대로 한번 해 보시겠어요?’ 하며 차근차근 리드하기 시작합니다.
몇 단계 거치지 않아 애플 워치는 페어링을 시작합니다.
세 번 정도 거듭 감사의 뜻을 전하고 전화를 끊은 뒤 나는 갑자기 생각에 사로잡힙니다. 이렇게 마음을 다한 서비스를 받아본 적이 언제였는지 아니 한 번이라도 있었는지에 대해 과거의 사건들을 머릿속에 나열해 봅니다. 으음. 없습니다. 처음입니다. 이윽고 느낀 감정은 감동입니다.
아… 한국의 서비스가 이렇게까지 성장했구나. 애플의 서비스가 아니더라도 한국의 서비스가 얼마나 성숙하고 멋지게 성장했는지 몇 번이고 감탄합니다.
오늘 애플고객센터의 그녀는 나에게 생각의 프레임을 제시합니다.
나는 어쩌면 많은 부분에서 한국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고
어느새 중국인도 아닌 한국인도 아닌 그런 중간적 인간이 되어버린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