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에게 아내는, 아내보단 여자친구였던 시절의 모습이 더 생생하다. 9년을 연애했고, 7년째 결혼생활을 이어왔다.
결혼을 하고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살았고, 출장을 제외하고는 항상 같은 방에서 잤다.
그런데 연애시절보다 아내와 더 멀어졌다.
왜였을까?
서로의 존재가 너무나 당연해졌다. 그녀와 결혼해서 가정을 이미 이뤘고, 나는 이젠 회사일과 취미생활에 더 집중했던 것 같다.
아이를 낳은 이후론 관계의 양상이 달라졌다.
아내는 내 아이들의 엄마가 되었다. 나에게 더 '중요하고 필요한' 사람이 되었다.
그런데 내가 그녀를 예전처럼 '소중한' 사람으론 생각했을까? 그리고 그렇게 대했을까?
언젠가 육아에 지친 아내가 갑자기 투덜댄 적이 있다.
"오빤 언제 한 번 꽃 사 온 적 있어?"
연애시절 이벤트라곤 질색하던 아내였다. 꽃다발도 돈 아깝다고 하던 사람이었다. 낭만과는 거리가 멀었던 현실주의자였다.
"연애 때 많이 사줬잖아~" 나는 멋쩍어하며 답했다. 그랬다. 연애 때는 사 오지 말래도 꽃다발을 샀다. 대학교 CC였을 때에는 전철역 앞에 있던 꽃 가게에서 매일 꽃 한 송이씩 사들고 여자친구인 아내를 기다렸다. 아내는 이걸 들고 어떻게 수업 들으러 가냐고 투덜대면서도 웃고 있었다.
그 뒤로도 난 아내에게 꽃을 사줄 생각을 못 했다. 결혼하고 편지를 언제 써줬더라. 사랑하지 않았던 것이 아닌데, 이 사랑을, 이 마음을 계속 표현해야 하는 줄 몰랐다.
육아에 지친 아내에게 너는 소중한 사람이라고, 사랑한다고 더 말해줄걸.
힘들다고 하는 아내에게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꼭 한 번 안아줄걸.
아내가 아프고 나서야 나의 서투름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