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지나 봄이 찾아왔지만 따스하지 않았다.
억지로 맞이한 여름은 유난히 무덥고 길었다.
그 여름도 결국 견뎌냈고 다시 날씨가 쌀쌀해질 무렵이었다.
아내가 일상으로 돌아왔다.
병원에서의 치료가 끝났다.
사실 모든 치료가 끝난 것은 아니다.
아내는 10년 간 매일 알약 하나를 먹어야 한다. 호르몬 치료가 남아있다.
그렇지만 일상생활이 다시 가능해졌다.
그런 아내를 전처럼 살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아내에게 말했다.
"여보. 이제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살아.
아이들은 나한테 맡기고."
생각해 보면, 과거의 아내는 참 재미있는 표현을 많이 썼다.
아내는 자기를 '새'에 비유하곤 했다.
처음 새장 이야기를 꺼낸 건 아내가 취직했을 무렵이었다.
"난 새장에 갇힌 새 같아.
월화수목금 9시부터 6시까지 갇힌 새야 난."
사무실 안에 갇혀 있는 자신의 몸을 그렇게 비유했다.
그 후, 다시 새장 이야기를 꺼낸 건 아내의 육아휴직 기간이었다.
"여보. 새장에서 벗어났는데 또 다른 새장에 갇혔어 나. 그땐 새장 문이 잠겨있어서 갇힌 기분이었는데, 지금은 달라. 내 날개가 꺾여서 문이 열려있어도 나갈 수가 없어."
덤덤히 말하는 아내의 이야기에 그땐 비유력 좋다고만 생각했었다. 왜 날개가 꺾였는지 묻지 않았다.
밖으로 나가라는 나의 말에 아내는 화색이 돌았다.
"진짜? 그래도 돼?"라고 답했다.
아내가 좋아할 말일줄 알았다.
난 대답했다.
"응. 뭐든 해."
내가 아내에게 바라는 유일한 한 가지는 그냥 내 곁에 있어만 주는 것이다.
아내는 자신을 날 수 없게 한 날개를 스스로 고치는 사람이었다.
난 이제 그런 아내를 자유롭게 해주고 싶었다.
못 만났던 친구들, 못 갔던 여행, 못 해본 취미생활, 무엇보다 못 이룬 꿈을 응원해주고 싶었다.
아내를 처음 만난 스무 살이나 지금이나,
아내는 아직 꿈 많은 소녀였다.
그렇게 아내는 방사선 치료가 끝나고 바로 복학을 했다. 아팠던 적이 없는 사람인마냥.
아내가 체력적으로 힘들까 봐 걱정됐다.
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이미 훨훨 날고 있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