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000평 땅을 샀다.
“죽는 순간까지 농사를 짓고 싶다”
아부지의 꿈이다.
나는 죽는 순간까지 하고 싶은게 있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떠오르지가 않는다.
그런 의미로 아부지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땅을 사기로 했다. 오늘을 살았다는 건 오늘이 죽었다는 것과 동일하다.
하루하루 죽어가는 삶 속에서 그 마지막까지 하고 싶은게 있다는 것은 참 부러운 삶이다.
우리 세 식구는 10여 년 전 호주로 이민을 왔다. 이제 40대가 다가오지만 외동딸인 나는 결혼할 생각이 없다. 세상적 시선으로 참으로 불효자가 아닐 수 없다.
사실 나 자신만의 대한 미래를 생각한다면 시드니 근처에 조그마한 원룸 아파트를 사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해 사실상 땅을 사는게 썩 내키지 않았다.
론을 끼고 사게 되면 결국 내가 빚을 떠안아야 하는데… 정작 나는 농사나 시골 살이에 관심이 없었다.
아부지는 시드니에서 한 호주 할아버지 댁 땅을 조금 빌려 농사를 짓고 있었는데 90세가 넘으신 할아버지가 언제 돌아가실지 알 수 없고 할아버지 자녀들은 땅을 판다고 했다.
시드니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한 아부지는 점점 삶에 대한 의욕을 잃어갔다.
마땅히 하고 싶었던게 없는 나는 죽는 날까지 확고히 하고 싶은게 있는 아부지를 응원하기로 했다. 그렇게 우리는 시드니에서 270km 떨어진 스콘이란 지역에 57000평의 땅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