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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주농부꿈나무 Dec 30. 2021

노오란 예쁜 꽃밭을 만들어준 못난 아이

집짓기에 도전하다!

집을 직접 짓기로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세 식구는 정말 무식하면 용감했다.

유튜브에 많은 사람들이 셀프 집 짓기를 하니까 우리도 뭐 할 수 있겠지!라는 이 어처구니없는 자신감으로 도전했다.


먼저 우리는 쉐드를 지어서 그곳에서 잠을 자기로 했다. 호주에서는 가장 큰 철물 체인점인 '버닝스 웨어하우스'라는 곳이 있다. 

 1시간 30분이 떨어진 싱글톤이란 지역에 있는 가장 가까운 버닝스에서 구입하기로 했다. 

자재를 사러 왕복 3시간을 왔다 갔다 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조금씩 우리는 집을 만들어 갔다. 



3m x 3m 높이 2m짜리 2개를 구입했다. 

1개는 쉐드를 기초로 집을 지으면 좀 편하게 지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구입했고, 1개는 아부지가 따로 쉐드방에서 생활하겠다고 해서였다. 일요일 배달을 시키면 비용이 거의 2배가 들어 월요일 배달로 지정해서 주문을 했다.


첫 주문이라 제대로 배달이 올까? 우리가 선택한 집 짓는 장소가 땅 중간쯤인데 여기까지 트럭이 들어올까? 구글 지도가 작동하지 않아서 배달해주시는 분이 길을 잃지 않을까? 초조해서 입구에서 진을 치며 기다리고 있었는데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시골의 스케일을 잘 모른 나의 괜한 걱정일 뿐이었다. 엄청나게 큰 트럭이 위풍도 당당히 땅 중간 집 터까지 와서 사뿐히 내려주고 떠났다. 



땅을 걸어다는데 굉장히 거슬리는 게 있었다.  동그란 따끔한 게 너무 달라붙어서 튼튼한 장화를 구입했다. 땅에 수북하게 펴있는 가시를 품은 앙상한 풀더미가 너무 못나 보였다. 뿌리도 엄청나서 시간만 나면 뿌리째 다 뽑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또 한 주가 지나 시드니의 삶을 보내고 시골을 찾으니 못 보던 너무 예쁜 노오란 꽃밭이 생겼다. 예쁜 꽃밭을 자세히 보니 군데군데 동그랗고 따끔한 가시를 품은 풀더미가 변해 노란 꽃이 되어가고 있었다. 

나의 베스트 프렌드인 다운증후군 모델 예나가 놀러 와서 촬영 장소로도 사용되기도 했다. 

쓸모없어 보이는 그 가시는 예쁜 꽃밭이 되었다. 볼품없고 쓸모없어 보이던 그 가시가 말이다. 


요즘 나에게 가장 큰 존재는 예나이다. 

장애인에 대한 불편한 시각을 가지고 살았던 나에게 현재 삶의 가장 큰 아름다움을 알려 주고 있는 예나가 그 꽃밭에서 모델을 꿈꾸며 포트폴리오를 위한 사진 촬영을 했다. 

*예나는 현재 모델로 조금씩 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 삶에 가시 같은 일들도 돌아보면 내 삶에 아름다운 꽃이 피어가는 과정이 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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