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편소설14
도서관 열람실의 구석진 창가자리, 오전 9시면 언제나 그가 온다. 그는 테이블 오른쪽 상단에 늘 같은 물품들을 가방에서 꺼내 가지런히 올려둔다. 그리고 십 분도 채 되지 않아서 그는 꺼내놓은 물품들을 꺼낸 순서대로 다시 가방에 넣고 자리를 떠난다.
일요일 - 왼쪽부터 투명한 빈 페트병, 다 마신 500ml 사이다, 다 마신 1.2L 오렌지주스
월요일 - 왼쪽부터 투명한 빈 페트병
화요일 - 왼쪽부터 투명한 빈 페트병, 다 마신 500ml 사이다
수요일 - 없음
목요일 - 왼쪽부터 투명한 빈 페트병
금요일 - 왼쪽부터 투명한 빈 페트병, 다 마신 500ml 사이다
토요일 - 없음
일정한 패턴과 늘 똑같은 물품들로 선보이는 그의 강박적인 행동은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리고, 다시 찾아온 일요일. 일주일에 딱 한 번 오렌지주스가 나오는 날. 평일에는 없던 물품을 꺼내는 이유를 알고 싶어서 나는 그를 미행하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