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를 쓴 소년 [3]

극단편소설20

by 행자

집으로 가는 길.


소년은 늘 가던 미용실에 들렀다.

소년이 모자를 벗는 유일한 순간이 이발을 하는 순간이다.

그렇다고 아무 미용실이나 가지 않는다. 스스로가 가려둔 모습을 유일하게 내비치는 곳인 만큼, 그것을 드러내도 편안할 수 있는 미용실을 소년을 늘 찾아왔었다.


집으로 가는 오르막길 한 블록은 뒤죽박죽, 다닥다닥 붙어있는 상가들로 꽉 차 있는데, 상가들 벽 전체가 덩굴로 뒤덮여 있어 마치 하나의 거대한 건물인 것처럼 보인다. 이 건물들 속의 끝 1층에 위치한 바버샵이 소년이 유일하게 가는 미용실이다.


“오랜만이네~”


미용사는 단골인 소년을 반갑게 맞이했다.


“오늘은 어떻게 자를 거야?”


미용사의 물음에 소년은 속에 있는 말을 꺼내기라도 하듯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냈다.


“뒷 꽁지는 일단 길게 남겨두려고요! 모자를 썼을 때 뒷머리가 부드럽게 어깨에 내려앉은 모습이 참 좋더라고요! 옆은 깔끔하면서도 각이 살아있게 해 주세요. 그래도 지저분한 건 싫거든요! 앞머리는 위로 넘겨 그대로 모자를 쓸 거라서 다듬어만 주세요. “


소년의 요청사항을 이해한 미용사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소년이 원하는 스타일로 만들어주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소년의 넋두리가 시작됐다.


“저는 여기가 너무 좋아요. 제 머리는 조금 이상하거든요. 제 머리의 본모습을 보면 사람들이 깜짝 놀라고 아마 피할 거예요… 그게 막 무섭고 두려워서 모자로 매일 가려요. 그래도 이곳만큼은 저를 이상하게 봐주질 않아서 정말 좋아요. 모자를 다시 쓰기 아깝다고 느껴질 만큼 이렇게 예쁘게 만들어도 주시니까요. 너무 감사해요. “


소년의 긴 혼잣말과 함께 순식간에 미용은 끝이 났다.


“당연하지! 여긴 미용의 요정이 함께하는 곳인걸~! 이곳에서는 어떤 머리를 가졌든 숨기지 않아도 돼! 언제든지 오렴 “


미용사의 격려와 함께 소년은 밖을 나섰고, 또다시 집을 향했다.

화, 목,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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