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를 쓴 소년 [9]

극단편소설 26

by 행자

“멋진 모자들이 많네요! 모자를 많이 좋아하시나 봐요?”


베레모 신사는 반짝이는 눈빛으로 소년을 바라보았다.


소년은 신사의 베레모가 주는 기품에 반한 채로 대답을 했다.


“네! 쓰다 보니 좋아하게 됐어요. “

“쓰다 보니? 원래는 좋아했던 게 아니었나요?”

“음… 좋아했던 건 아니었죠. “

“어쩌다 모자의 매력에 빠지게 됐는지 물어봐도 돼요?”

“사실은 제가 머리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가 없어요. 저만이 알고 싶은 모습이라 최대한 가리고 다녀요. 그래서 늘 모자로 가리고 다니다 보니 어느 순간 모자를 좋아하게 돼버렸어요. “


베레모 신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불편하진 않아요?”

“이젠 괜찮아요. 처음엔 불편하고 내가 왜 모자를 써야 하지 생각했는데 지금은 다양하고 예쁜 모자를 많이 알게 되어서 오히려 좋아요. 덕분에 이런 나눔 행사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되고 제 모자를 쓰고 기뻐하는 사람들도 보고, 선생님이 쓰신 멋진 베레모도 알게 되었거든요. 보세요! 벌써 이 행사장이 제 모자를 쓴 사람들로 알록달록 해 졌어요! “


베레모 신사는 고개를 돌려 행사장을 가득 매운 모자들을 둘러보았다.


“정말 장관이네요.”


그리고 베레모 신사는 가방에서 체크무니 회색 베레모를 꺼내 소년에게 건네주었다.


“이건 제가 주는 선물이에요. 언젠간 이 모자도 꼭 써줘요!”

“감사합니다!”


소년은 선물 받은 베레모를 두 손으로 꼭 쥐고서는 행복한 미소를 행사 내내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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