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평가가 사라졌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by 업스트림 UPSTREAM

상대평가가 사라졌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20년 전, 삼성의 인사팀에는 제도 담당자라는 역할이 있었다.
평가, 보상, 승격과 관련된 ‘제도’를 운영하기에 제도 담당자라고 불렀던 것 같다.
일 년에 두 번 평가기간이 오면 평가 프로세스 안내, 평가 등급 취합, 조율을 하고, 연말 보상조정 기간에는 두 번의 평가등급을 활용해서 연봉등급을 결정했다.


평가 기간이 되면 나는 골방에 들어가서 각 부서별 평가 등급을 취합하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인 배분율을 맞추는 작업을 해야만 했다.
S, A, B, C, D 각 등급 별로 할당되는 배분 %를 정말 정확하게 맞추었다.
평가 등급 2개의 조합으로 연봉 등급이 결정되니 A와 B 사이에 걸리는 직원 한 명을 A로 올리기 위해서 담당 임원이 골방으로 찾아와서 반올림이 아니라 올림으로 하면 되지 않느냐와 같은 읍소를 하고, 나는 거절해야 했다.
극단적인 스택랭킹 시스템의 예시다.


GE로부터 시작된 스택랭킹 시스템은 2015년에서 2020년 사이 마이크로소프트, SAP 등 글로벌 테크기업들이 폐지를 선언하면서 다른 기업들도 빠르게 폐지했고, 현재까지도 상대평가를 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평가 등급을 부여하는 조직도 많지 않을뿐더러 등급별로 배분율을 적용하는 조직은 더 적다.


‘평가'라는 말 보다 ‘회고’, ‘리뷰'와 같은 표현을 쓰는 기업들도 많고, 등급을 부여하는 것 대신 구성원이 잘했던 것, 부족했던 것에 대해서 인지하게 하고 성장시키는 피드백에 훨씬 집중하는 모습이다.


앞서 얘기한 적 있듯이, 구성원의 성과에 대해 리더와 구성원의 동일한 이해를 할 수 있는 피드백을 전제한다면 이 변화는 아주 좋은 변화라고 생각한다.
평가에 있어서 상대적인 개념은 사실 거의 사라졌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평가를 하는 이유는 많겠지만, 직관적이고 본질적 이유 두 가지는 구성원의 성장과 보상의 근거자료다. 이제, 보상 얘기를 해보자. 우리는 제한된 예산으로 구성원의 보상 조정을 한다.
전사 연봉 조정을 함에 있어서 예산의 제한이 없는 회사는 없다.
제한된 예산 하에 누구는 20%가 오르고, 누구는 1% 오른다.

이렇게 평가와 보상을 연결해서, 보상의 제한적 예산을 감안하면 여전히 상대적 보상의 차등이고, 평가등급이 부여되지 않았을 뿐 여전히 우리는 상대적 평가에 살고 있다.


상대평가가 사라지면서 보상 조정의 시기가 오면 리더와 구성원, HR과 구성원이 겪는 내홍은 더 커졌다. 평가등급 부여와 인정의 스트레스가 보상의 시기로 이연 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평가가 상대적일 필요는 없다. 아이들도 비교하면 싫어한다.


그러나, 무엇을 잘했고, 무엇이 부족했는지에 대한 구성원의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어서, 보상에 대한 expectation management가 중요하다.

그래야 보상 시즌에 겪는 내홍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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