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단상 ③

그 정도면, 충분했다

by Mansongyee


코트를 벗어 개어

방청석 나무 의자 위에 단정히 놓는다.


그 위에 조끼를 올린다.

다른 사람도 사용하라고

자리를 조금 좁혀 본다.


울트라 웜 스웨터를 벗어 겹쳐 올리고,

장화를 벗는다.


겉바지를 벗어 개어 스웨터 위에 가지런히 올린다.


신발 가방에서 운동화를 꺼내 바닥에 놓는다.


양말을 정리해 바지의 결에 맞춘 뒤

운동화를 신는다.


요즘, 시티 레저 센터에 도착하면

늘 이렇게 한다.


그녀만의 의식처럼.


시익, 웃는다.


젊은 시절,

아이들과 함께 스키를 배우다

그녀만 먼저 그만둔 이유가

장비와 옷을 챙겨 입는 일이

귀찮고 싫어서였다는 걸

문득 떠올리며.


그 정도면, 충분했다



그녀만의 의식은

몸이 기억하는 리듬으로 오늘 하루를 살아가겠다는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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