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정도면, 충분했다
코트를 벗어 개어
방청석 나무 의자 위에 단정히 놓는다.
그 위에 조끼를 올린다.
다른 사람도 사용하라고
자리를 조금 좁혀 본다.
울트라 웜 스웨터를 벗어 겹쳐 올리고,
장화를 벗는다.
겉바지를 벗어 개어 스웨터 위에 가지런히 올린다.
신발 가방에서 운동화를 꺼내 바닥에 놓는다.
양말을 정리해 바지의 결에 맞춘 뒤
운동화를 신는다.
요즘, 시티 레저 센터에 도착하면
늘 이렇게 한다.
그녀만의 의식처럼.
시익, 웃는다.
젊은 시절,
아이들과 함께 스키를 배우다
그녀만 먼저 그만둔 이유가
장비와 옷을 챙겨 입는 일이
귀찮고 싫어서였다는 걸
문득 떠올리며.
그 정도면, 충분했다
그녀만의 의식은
몸이 기억하는 리듬으로 오늘 하루를 살아가겠다는 다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