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30도, 어젯밤 나
이 시간들에 나는 유난히 추위를 느낀다.
영하 30도가 며칠째 이어진다.
작년에도 분명 이런 날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겨울의 추위는
처음 겪는 것처럼 낯설다.
예전의 상태를 잊은 걸까,
아니면 몸이 세상을 읽는 기준이 바뀐 걸까.
몸은 답한다.
오직 지금의 조건에만 반응할 뿐이다.
그래서 같은 숫자의 겨울이 와도
감각은 매번 새로 태어난다.
처음처럼 느껴지는 건
처음이어서가 아니라
이전의 내가 이미 지나갔기 때문이다.
이곳의 추위는 단순히 춥게 하는 게 아니다.
이 추위는 인간을 읽게 한다.
몸을 통해 마음을 읽고,
마음을 통해 시간을 읽게 만든다.
이번 영하 30도 앞에서는
의지도 경험도
“괜찮다”는 말도 힘을 잃는다.
몸이 먼저 말한다.
예전과는 다르다고.
그제야 마음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달라졌구나.
그래서 문득
피난이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잠시 물러나는 선택에 대해서.
피난은 패배가 아니다.
이제는 견딤보다
보존이 더 중요한 시점이 왔다는
몸의 정직한 신호다.
이번의 추위는
사람을 약하게 만들지 않는다.
다만,
더 정확하게 만든다.
예전처럼 버티지 않아도 되는 대신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는
조금 더 분명해진 몸.
같은 겨울을 지나고 있지만
나는 이미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
나는 이미
다른 몸으로
그 밤을 지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