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보인다는 것과, 가까이 서지 않았다는 것
그날 밤, 비트 하나가 밤새 해야 할 일들을 불러냈다
파리에 간다고 하자
맨체스터에 있던 딸 가족이 우리를 만나러 왔다.
세 살 손주는
“에펠탑 볼 거야”를
하루 종일 말하고 다녔다.
우리는 이미 다 봤다는 이유로,
그리고 딸이 임신 중이라는 이유로
그 앞으로 다시 가지 않았다.
여러 가지 이유를 붙여
어떤 것에는 색다르게 인색해진다.
대신 공원에 앉아 있었는데
저 멀리,
에펠탑이 젓가락처럼 서 있었다.
“저기 에펠탑이다.”
내가 말하자
손주는 그쪽을 보고
팔짝팔짝 뛰었다. 그날 이후로
파리에서 뭐 했냐고 물으면
할머니랑 에펠탑을 봤다고 말한다.
돌아와서야 생각했다.
가서 보여줄걸.
앞에서 같이 서 볼 걸.
다음엔 꼭 함께 가야지,
마음속으로 다짐해 두었는데
붉은색이 남아 있던 그날 밤,
그 다짐마저 놓칠 뻔한
작은 비트 하나가 있었다.
아이는 멀리서도 충분히 보고,
어른은 가까이 가지 않은 걸 오래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