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충분한 도시
오늘은,
내가 살고 있는 도시 사스카툰 이야기를
조금 해보고 싶어졌다.
사스카툰은 묘한 매력이 있다.
너무 크지도, 그렇다고 결코 작지도 않은 도시.
도시의 끝에서 끝까지 차로 달려도
20 분 남짓이면 닿는다는 사실은
이곳이 아직 인간의 감각 안에 머무는,
안온한 크기라는 뜻이기도 하다.
거대한 설원 속의 작은 섬 같다.
겨울이면 끝없이 펼쳐진 흰 평야 한가운데,
삼십만 명의 숨결이 모여 만든 불빛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도시는 작아 보일지 모르지만,
주변을 둘러싼 대자연의 크기와 나란히 놓이면
사스카툰의 존재감은 오히려 더 애틋해진다.
이 도시는 강의 품 안에 있다.
도시의 호흡처럼 천천히 흐르는
사우스 사스캐처원강의 줄기는 꿋꿋하고,
봄과 여름, 가을에 그 곁을 달리는 러너들의 숨결은 뜨겁다.
사스카툰은 거대한 지도로 읽기보다,
강변을 달리는 러너의 발걸음으로 읽어야 하는 도시다.
강의 한쪽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피카소 리노컷 컬렉션을 품은 리마이 모던 미술관이 있다.
외형은 중소도시이지만,
그 속에는 세계적인 예술을 담아낼 만큼의 깊이가 있다.
무엇을 품고 견디는지가 문화의 크기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이 도시는 조용히 증명한다.
회색 석조 건물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지닌
사스캐처원 대학교는
사스카툰의 또 다른 얼굴이다.
도시의 크기를 압도하는 대학의 위상은
농업이나 과학이라는 익숙한 분야를 넘어
이 도시를 지탱하는 묵직한 힘으로 존재한다.
그것은 단지 연구 성과가 아니라,
혹독한 환경을 통과하며
삶을 지속해 온 인간의 방식에 가깝다.
작은 도시가 오래 살아남는 법을
학문이라는 언어로 배우게 되는 자리다.
사스카툰은 크기로 기억되는 도시가 아니다.
숨으로, 계절로, 견뎌온 시간으로 기억되는 도시다.
그래서 이곳에서의 하루는
서둘러 정리하지 않아도 되는 마음으로 시작된다.
작다는 말로는
이 도시가 품어온 시간을 설명할 수 없다.
사스카툰은,
충분해서 조용한 도시다.
이 도시는
세계의 예술과 인간의 질문을 조용히 함께 놓고 있다.
나는 그 질문들 사이를 천천히 걸으며,
비로소 나만의 시선을 기록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