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햇빛을 기다리면서

햇빛에게, 말을 걸다

by Mansongyee




기다리는 마음은

도착하지 않은 시간인데도

사람을 먼저 들뜨게 만든다.


요즘 나는

햇빛에게 말을 건다.


햇빛아,

이제 나올 때 되지 않았냐고.

이렇게 간절히 바란다.

요즘 나의 바람이다.


흐린 날이 길어질수록

그 기다림은 점점 구체적인 계획이 된다.


햇빛이 나오는 날,

리마이 모던 미술관(Remai Modern)에 갈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

깊숙이 들어오는 태양의 화려함을 만나는 날,

건물 안 클래식한 레스토랑의

창가 테이블에 앉는다.


에그 베네딕트를 먹는다.

벨벳처럼 부드러운 황금빛 홀랜다이즈 소스.

버터의 묵직한 고소함과

그 사이를 가볍게 건너는 레몬의 산미를 맛본다.


밝은 재즈 음악이 실내를 채우면

강가에 쌓인 흰 눈은

햇빛을 받아 조용히 반짝이겠지.


충분히 햇빛을 받은 뒤,

이층으로 올라간다.

햇빛이 깊숙이 스며든 복도를 지나

쇠사슬처럼 세워진 유리창 벽 사이,

빛과 빛 사이를 걷는다.


피카소의 칼맛을

한 번 더 본다.


나는 아직

햇빛을 기다리고 있다.

햇빛을 한 번 더 본다는 것은

얼마나 큰 행운인가.


흐린 날이 열흘을 넘겼다.

예전에는 이 햇빛이

이토록 귀한 줄 몰랐다.


봄을 다시 만난다는 건

계절이 돌아온다는 뜻이 아니라

마음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2월이 오자,

가슴이 조용히

콩당콩당 뛸 준비를 한다.


아직은,

햇빛을 기다리면서.



햇빛은

늘 하늘에 있었지만,

기다림이 그것을 선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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