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으로 가늠하는 하루의 위치

시간보다 먼저 요일을 확인하는 삶

by Mansongyee



나는 요즘
아침에 눈을 뜨면
날짜보다 먼저
요일을 계산한다.

어디에 살고 있는지보다
어느 나라의 시간이 먼저 흐르고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아침이다.

사스카툰에서 눈을 뜨면
한국은 이미 날짜가 바뀐 새벽이고,
맨체스터는 하루가 저물어 가고 있다.

밴쿠버는 두 시간 전이다.
서머타임이라도 들어가면
한 시간이 당겨졌는지 밀렸는지 헷갈려
전화할 때마다 묻게 된다.
“거기 지금 몇 시니?”

요즘 나는
오늘이 몇 일인지보다
지금 이 시간이
한국에서는 무슨 요일인지부터 생각한다.


눈을 뜨자마자

확인하고,

계산하기 시작한다.

브런치 발행 버튼을 누르면
오늘 발행하겠냐는 화면이 뜰 때
가끔 놀란다.
오늘이 아닌가? 싶어서.

글을 쓰는 일보다
날짜를 확인하는 일이
더 긴장될 때도 있다.

어느 나라 시간을 기준으로

날짜를 맞추고
요일까지 계산하려니
생각보다 쉽지 않다.

가끔은
내가 하루를 사는 건지,
하루가 나를 여러 번 지나가는 건지
잠시 헷갈린다.

그래서 요즘의 나는
하루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손가락부터 펴 본다.

최신 기기의 시계나 달력보다
내 손가락을 더 믿기 시작했다.


오늘이 한국에서는 무슨 요일인지,
발행 날짜는 맞는지
손가락을 하나씩 접어 가며
확인하는 늙은 아이가 된다

어쩌면 인생은
복잡해질수록
다시 단순한 계산으로
돌아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도
손가락을 펴고 접으며
하루의 위치를 확인한다.

조금은 진지하게,
조금은 서툴게.

그리고 가끔,
혼자 있는데도
민망하여 웃는다

어쩌면
그 무안한 웃음이
경계에 서 있는 지금의 나를
가장 정확하게 설명하는지도 모른다.



손가락으로 세는 시간도

분명 내 인생의 속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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