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나를 벗어나는 그녀에게

밴쿠버 · 대지는 공항에서 그녀를 배웅한다

by Mansongyee


캐나다


나는 거대한 대지다.
사람들은 나를 Canada 라 부른다.


나는 오래
그녀의 등을 보아 왔다.


밴쿠버의 습한 안개 속에서도,

프레리의 끝없는 초원 위에서도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사스카툰의 시린 바람을 등에 지고
묵묵히 걸어가던 뒷모습.


낯선 땅에서

말을 고르고,

속도를 고치며

자리를 만들던 시간.


뿌리 뽑혀 온 자의 발치가

늘 흔들릴 때마다,

나는 지평선을 더 낮게 깔아

그녀의 균형을 붙잡아 주었다.


그녀는
내게서 태어나지는 않았으나
내 품에서
가장 뜨거운 중년을 보냈다.


말이 통하지 않던 날,

웃음이 번역되지 않던 자리.

그녀는 그날의 말을

오래 혼자 삼켰다.


그녀가 지칠 때마다

나는 하늘을 더 넓게 펼쳤다.

그녀의 한숨이 오래 머물지 않도록

바람을 열어 두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이제는 조금 멈출 나이라고.


그러나 내가 본 그녀는

조용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강물처럼 흘러간다.


이번에도
그녀는 또 다른 역할을 위해
잠시 나를 떠난다.

그러니 나는
여기에서 기다리겠다.


하늘을 흐리지 않고,
공기를 비워 두고,
대지를 단단히 지킨 채.


그녀가 돌아와
다시 숨을 고를 수 있도록.



나는 이제,

나를 오래 받아 준 땅의 시선으로

나의 시간을 다시 바라본다.


목요일 연재
이전 10화단발이 아니라 결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