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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최대한 간단하게 정리해 드립니다(9).

지역 문화의 형성: 서아시아

최초 문명의 발상지이자, 세계 종교의 요람, 서아시아 차례입니다.

서아시아 지역은 다양한 명칭으로 불립니다. 중동(Middle East, 근대 유럽인들이 부여)라고 불리기도 하고, 아랍지역이라고 일컫기도 합니다. 혹은 이슬람 세계라고 하기도 합니다. 유럽인들에게는 레반트(해가 뜨는 곳) 지역 또는 사라센(시나이 반도의 유목민)으로 한때 불렸습니다. 심지어 중국에서는 서역이라고 하였습니다. 명칭이 다양하다는 의미는 그만큼 서아시아 지역에 많은 관심이 있었음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실제로도 서아시아 지역은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인도로 통하는 주요 골목에 위치한 만큼 다양한 종족들이 오갔습니다. 그만큼 교역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원인이기도 하였습니다.


서아시아의 역사는 이슬람 종교의 등장 이전과 이후로 나뉩니다. 다양성을 인정한 제국이자, 매우 넓은 영토를 점령한 페르시아 제국의 멸망 이후, 서아시아는 분열된 상태가 지속됩니다. 알렉산드로스의 제국의 후계자들이 만든 국가와 페르시아 제국의 부활을 꿈꾸는 국가들이 난립한 상황이었습니다. 이 시기 로마 제국은 영토를 차츰차츰 넓혀 이집트와 서아시아 일부, 지금의 튀르키예와 이스라엘 영토까지 점령하였습니다. 로마의 팽창과 더불어 서아시아 지역의 통합도 차츰차츰 진행됩니다. 이란 계열의 사산 왕조가 이끄는 페르시아 제국이 그 주인공이었습니다. 로마와 사산 페르시아 양강구도가 지속되는 와중에 변화는 아라비아 반도의 메카에서 시작됩니다.


예언자 또는 선지자 무함마드가 등장한 것입니다. 상인 출신인 그는 수련을 통해 천사로부터 계시를 받습니다. 그리고 종교를 창시하게 됩니다. 알라(유일신)를 믿는 이슬람교의 탄생이었습니다. 이슬람교의 초기 운명은 험난했습니다. 무함마드는 여러 부족들로부터 박해를 받아 메디나로 피신하기까지 했습니다(헤지라, 이슬람 달력의 시작, 622년).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이슬람교는 급속도로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무함마드가 승천한 지, 겨우 100년도 안돼서 북아프리카, 서아시아의 대부분을 점령합니다. 무함마드의 뒤를 이어 칼리프(계승자)가 잠시 종교와 정치를 담당하였지만, 몇몇 가문이 칼리프 직을 독점하여 계승하면서 이슬람도 왕조 형태를 보여줍니다.


14212.png?v=1730227207 기원후 600년대부터 800년대까지 이슬람 팽창을 표시한 지도 (출처: 세계사 백과사전)


이슬람의 확장은 주변 지역에 충격을 가져다주었습니다. 당장 동로마와 국경을 맞대고 있던 사산 페르시아는 이슬람 제국에 의해멸망했고, 인도 북부로 이슬람교가 전파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비단길 사업을 주도하였던 중국의 당나라는 이슬람 제국에게 비단길의 주도권을 빼앗기게 됩니다. 북아프리카는 이슬람화가 적극적으로 진행되었고요. 심지어 이슬람 제국은 바다를 건너 이베리아 반도(지금의 에스파냐)까지 뻗어나갑니다. 유럽은 이슬람교의 공포에 떨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슬람교에서의 내분이 발생하면서 확장은 멈추게 됩니다. 무함마드의 계승자가 누구인지를 두고 이슬람교도 간에 다툼이 발생한 것입니다. 혈통을 중요시하는 시아파와 공동체의 선출 결정을 따르는 수니파로 갈려 내전을 지속한 끝에 결국 이슬람 세계는 분열되게 됩니다. 서아시아에서는 수니파가 다수를 점하고 이집트에서는 시아파가 왕조를 수립합니다. 이베리아 반도에서는 수니파가 권력을 잡습니다. 겉보기에는 동일한 이슬람 공동체로 보이지만, 이들의 대립은 오늘날까지 지속되게 됩니다(수니파의 대표 격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의 대표 격인 이란은 여전히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오늘날 IS/Islamic State of Iraq and The Levant도 수니파이지만 근본주의 원리주의자로 분류됩니다).


이슬람교의 영향력은 이런 정치적 측면에만 영향을 주지 않았습니다. 교리도 서아시아 지역의 문화를 형성하는데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우상숭배를 허용하지 않는 교리로 인해 이슬람 문양(기하학, 도형 형태)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돼지를 불결하다 여겨 돼지고기를 먹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외에도 이슬람을 상징하는 차도르, 히잡과 같은 의류의 발달, 성지순례 등 여러 가지 문화가 생겨나 주변 지역과 차이를 드러내게 됩니다. 물론 오늘날에는 여성인권침해로 인해 비판받지만, 여성에 대한 통제는 아이러니하게도 원래 여성을 보호하려는 의도에서 출발하였습니다.


종합해 보면, 서아시아 역사에서 이슬람의 역할은 지대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개방된 지역의 특성상 여러 문화가 혼재될 가능성이 높은 곳을 비슷한 문화를 공유하는 지역으로 탈바꿈시킨 것입니다. 물론 그 안에 보면, 유목민 전통과 페르시아의 문화의 흔적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오늘날 중동, 서아시아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들은 거의 이슬람교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연환경 못지않게 종교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는 대목입니다. 한 가지 예로 이슬람을 믿는 국가들은 대부분 국기에 초승달이 그려져 있거나 이슬람에서 부유함, 번영, 순결을 상징하는 녹색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oic-member-states-flags-flat-national-flags-countries-oic-organization-islamic-cooperation_75010-1127.jpg 아랍 국가 연맹(OIC) 회원국들의 국기, 초승달 혹은 녹색이 대부분 포함되어 있음(출처: https://www.freepik.com)

이제 지역 문화의 마지막 차례, 유럽 편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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