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e of Far Right Party
2025년 1월 21일. 그가 돌아왔다. 도널드 트럼프가 4년 만에 백악관에 다시 입성했다.
그는 이전보다 더 강력해진 모습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중이다. 취임 전에는 캐나다와 파나마를 합병하고 그린란드를 점령하겠다고 발표하여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취임과 동시에는 수많은 행정명령에 서명하여 자신의 강력함을 보여주고 있다. 파리 기후 협약 탈퇴, 전기차 보조금 폐지, 불법이민자 추방, 무역관세 상승, 세계보건기구 탈퇴 등. 대통령 후보 시절과 당선자 시절부터 예고했던 대로 트럼프는 거침없이 미국의 이미지를 변화시키고 있다.
이제 미국은 세계가 공공연히 인정하던 세계 질서의 수호자이자, 자유롭고 정의로운 이미지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중이다. 그전까지 미국 외교의 양대산맥이었던 고립주의와 개입주의 노선을 버리고 트럼프는 새로운 길을 택했다. 그는 평화와 공존을 추구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계산기를 두들기며 자국의 이익을 저울질하기 시작했다. 어찌 보면, 트럼프는 자신이 쓰고 다녔던 모자에 적혀 있던 문구대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가장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자신이 대통령 선거 후보 시절부터 지지해 줬던 미국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트럼프의 성공에 여러 전문가들은 수많은 글과 책을 쏟아내며, 원인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중국과 러시아의 성장, 미국의 경제적 침체, 트럼프의 강력한 이미지와 저돌적인 정책 등 여러 가지 이유가 나왔다. 이런 주장은 모두 일리가 있다. 그러나 글쓴이는 조금 다른 측면에서 접근해보려 한다. 바로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는 극우(far light) 정치의 추세 속에 이 사건을 함께 보려 한다.
시작은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였다. 금융위기의 충격 이후,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전 세계 정치 진영 그중에서도 유럽에서는 새로운 정치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유럽연합(EU) 탈퇴와 외국인 및 이민자 추방, 자국민의 보호를 주장하는 정당(party)이 힘을 얻기 시작한 것이다. 프랑스의 국민전선(FN),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정당(AfD)이 그 대표적인 예다. 2차 대전 이후 유럽에서 잠시 사라졌던 극우정당이 힘을 얻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흐름은 유럽전역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영국, 에스파냐, 네덜란드, 헝가리 등 서유럽과 동유럽을 가리지 않고 자국민 우선 정책을 추구하는 정당들이 의회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이탈리아와 헝가리에서는 다수정당으로 정권을 획득하기까지 했다.
흐름은 비유럽 지역으로 이어졌다. 2016년 미국에서는 트럼프가 백인, 아메리카 중심주의(white-ethno nationalism)를 내세우며 대통령에 당선됐다. 인도에서는 모디(Modi), 아르헨티나에서는 밀레이(Milei), 브라질에서는 보우소나루(Bolsonaro)가 각각 정권획득에 성공했다. 이런 흐름은 2020년대에 들면서 점차 거세졌다. 특히 유럽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지면서 이런 경향이 가속화되었다.
그렇다면, 왜 2010년대에 이들은 이토록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을까 하는 점이다. 학자들은 모두 세계화로 인한 경제적, 문화적 영향에 주목한다.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과거 세계화로 인해 경제적 성장을 이루었다. 세계 각지에 물품을 수출하면서 부를 축적할 수 있도록 하였다. 동시에 세계화로 인한 서구권의 번영은 비서구권의 사람들을 서구권으로 이동하도록 이끌기도 했다. 엄청난 이민자와 외국인 노동자, 2010년대 발생한 내전으로 생겨난 난민을 서구권이 수용하게 된 것이다. 이들은 정치적, 경제적 이유로 유럽과 미국으로 흘러들어 노동시장의 주요 공급원이 되었다. 이민자의 취업시장 진출은 반대로 해당 국가의 사람들에게 취업의 기회를 감소시켰다. 특히 코로나로 인한 전 세계 경기침체와 이후의 인플레이션은 결과적으로 경제적 곤궁을 초래하여 자국민의 경제적 어려움을 증폭시켰다.
더욱이 과거에는 보기 어려웠던 외국인들이 이제는 일상생활 곳곳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세계이주기구에 따르면, 많은 이주 노동자들이 서비스 직업에 종사한다고 한다. 특히 서구권으로 건너간 이주민 및 노동자들은 외모도 문화도 구별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일례로 유럽에서의 이슬람 인구 증가는 2010년대 이후로 매우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2015년을 전후하여 발생한 국제 테러는 내국인들에게 극단적인 편견을 갖게 만들었다. 혐오가 일상에 자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국민들은 왜 정부가 이들을 규제하지 않는가에 대해 불만을 품기 시작했다.
극우정당은 바로 이 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실제로 유럽전역의 극우정당들은 하나같이 이민자 추방과 이민 금지 또는 엄격한 이민 제한을 주요 정책으로 내걸었다. 특히나 이들은 자국민들이 내는 세금의 혜택을 이민자들이 챙겨간다는 이유로 반(anti) 이민 정서를 부채질하고 있다.
트럼프도 유사하다. 그는 미국이 그동안 세계화의 혜택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미국은 그동안 세계질서를 주도하고 유지하기 위해 많은 지출을 감행했다. 군사비뿐만 아니라 국제기구등 여러 분야에 많은 지출을 감행했다. 이는 미국중심의 세계질서를 형성하기도 했지만, 반대로 다른 국가들이 미국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트럼프는 이런 상황을 뒤집으려 한다. 우방국에 더 많은 부담을 지우며, 경쟁상대인 중국에 상당한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심지어 남미에서도 극우(때에 따라서는 극좌)가 권력을 차지하고 있다. 이 지역의 극우돌풍은 이민자 정서랑은 관계가 없지만, 세계화로 인한 경제적 곤궁이 주요 역할을 하였다. 더욱이 이런 흐름은 갈수록 여러 대중들에게 전파되고 있는데, 그 중요한 수단 중 하나가 바로 인터넷 그중에서도 SNS다. 오늘날 극우정당들은 SNS를 적극 활용하여 주요 정책을 선전하고 있다. 그리하여 연령층을 가리지 않고 엄청난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어떤 평론가나 연구자들은 이런 흐름이 한때의 흐름이라고 판단하기도 한다. 그러나 오늘날 극우정당의 돌풍 중 가장 눈여겨봐야 할 점은 대중의 지지를 얻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예나전이나 양극단은 항상 존재했다. 사람들의 생각이 다양하다 보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주목할 지점은 여기가 아니라 대중들이 이런 정당에 힘을 실어주고 있고 실제로 극우정당의 주장이 대중들에게 지지를 얻고 있다는 점이다. 프랑스와 독일은 하마터면 극우정당이 의회의 다수정당의 지위를 누릴뻔했다. 트럼프는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결국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에 자국중심의 정치를 직간접적으로 전파하고 있다. 이런 흐름이 무서운 것은 세계화 시대답게 빠른 시간 내에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지점이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지점이 아닌가 한다. 어찌 되었든 전 세계의 정치 방향은 자국 중심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전 세계가 연결되어 있기에 힘을 가진 어느 한쪽이 변화하지 않는 이상 이런 흐름을 뒤집기는 어려워 보이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이런 정치 변화는 1939년의 상황을 생각나게끔 한다. 부디 국제공조가 잘 이루어져 제2차 세계대전의 전조가 되지 않기를 기도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