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받지 못한 선수의 시작
프로에 들어왔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계약금 천만원, 10라운드 끝 자락 지명.
그 해 나는 2군에서 단 한 경기에도 등판하지 못했다. 전광판 점수판을 조작하고, 뱃(bat)보이만 했다.
모두가 나를 '어차피 1년 뒤에 방출될 선수'라 생각했을 거 같다.
11월이 되고, 방출 명단 발표 시기가 다가왔다. 나는 모두가 인정한 '0순위'였다. 2군 동료들, 프런트 직원들까지 전부 그렇게 말했다. 대놓고 얘기하지 않았지만 다 들렸다.
그래도 훈련은 쉬지 않았다. 설마 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런데 기적처럼, 방출 명단에 내 이름이 없었다.
그 이유는 아마 당시 1군 투수코치였던 최일언 코치님이 나를 맘에 들어하셨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두산 입단 후 처음으로 내 투구폼을 제대로 봐준 분이셨다. 그리고 쓰쿠미 전지훈련 명단에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내 이름이 올라오게 된다. 아마 최일언 코치님 덕분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내가 두산에 입단하고 어떤 코치한테 조언을 처음 들었던 건데, 코치님이 나를 되게 흥미롭게 보셨고,
두산 들어와서 처음 투구폼을 배웠고, 그렇게 관심을 받게 됐다.
전지훈련에 도착했을 때, 모두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네가? 어떻게 방출도 안 되고 여길 오냐.” 그 따가운 시선들이 그대로 느껴졌다.
그런데 바로 그곳에서, 내 인생을 뒤집을 뻔 했던 순간이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