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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바디가 누구냐?

by 드림위버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강력한 3-4-5번 타자를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우동수’ 트리오를 말할 것이다.


우동수.jpg (출처: 두산베어스 홈페이지)


‘헤라클레스’ 심정수, ‘두목곰’ 김동주, 그리고 ‘흑곰’ 우즈까지.


사진 속 순서를 따지면 ‘수동우’가 더 맞을 수도 있지만, 경기에서는 주로 우즈가 3번, 김동주가 4번, 심정수가 5번을 맡았기에 대부분의 팬들은 지금도 ‘우동수’로 기억한다. 이들은 1998년부터 세 시즌 연속 팀을 가을야구로 이끌며 당시 두산 베어스를 상징하는 존재였다. 비록 2001년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에는 ‘수’를 맡았던 심정수가 팀을 떠난 뒤라 아쉬움이 남지만, 그들이 만든 엄청난 파워는 우승의 밑거름이 되었음이 분명했다.


그 가운데서도 ‘우’를 맡았던 우즈는 1998년 KBO 데뷔 시즌부터 리그를 지배했다. 홈런왕, 타점왕, 그리고 MVP까지 휩쓴 최고의 타자, 우즈가 내 공을 치고 있었다. 전지훈련이 한창이던 1999년 2월의 어느 날이었다. 나는 우즈의 라이브 배팅 투수를 맡고 있었다.


2군에서 한 경기도 못 던지던 내가, 리그 MVP에게 공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침착하자 병목아... 김인식 감독님이 보고 계신다.'


떨리는 마음을 겨우 다잡고 어깨에 힘을 주어 공을 뿌렸다.


다섯개 정도 던졌을까, 우즈가 배트를 힘껏 돌리는데, 그의 방망이가 박살이 나며 부러졌다.


두산 베어스 시절 타이론 우즈 (출처: KBS 뉴스)


우즈는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며 눈을 크게 뜨고 한참동안 나를 보았다. 그러더니 아무 말 없이 새 방망이를 가지러 걸어갔다.


라이브 베팅이 끝난 뒤 전 선수가 모여 집합을 하는데, 우즈가 김인식 감독님의 말을 끊고는 이렇게 말했다.


“투수들이여, 내 얘기를 들어라!”


“메이저리그 투수들은 볼만 빠른게 아니라 볼이 굉장히 지저분하다. 똑바로 오는 공이 없다. 근데 우리팀 투수들은 볼이 너무 일직선으로 정직하게 온다. 그런데 오늘 내가 굉장히 놀란게 있다. 오늘 여기서 처음 본 저 썸바디(Somebody)가 나를 놀라게 했다. 공은 저자식처럼 던져야 한다.


모두가 동시에 나를 바라보았다.

김인식 감독님, 코칭스태프, 그리고 김태룡 매니저(현 단장)님까지.


"저 썸바디가 대체 누구냐?"


그 한마디로 내 인생이 또 한 번 흔들렸다. 며칠 뒤 조그맣게 기사가 났다. 제목은 ‘제2의 진필중’.

전지훈련 내내 관심이 쏟아졌다.


그러나 시범경기 명단에는 포함되지 못했다. 나는 다시 2군으로 내려갔다.

근데 이번엔 좀 달랐다. 내가 2군 5선발 보직을 맡게된 것이다. “유병목을 키워라!”라는 지시와 함께였다.


2군에서 선발투수로 시즌을 풀로 뛰었지만, 드럽게 못 던졌다.

제구도 안되고, 경험도 부족하고... 처음 받는 스포트라이트는 오히려 압박이 되었고,

투구폼 교정을 반복하면서 점점 흔들렸다.


3년 차 하와이 전지훈련 명단에도 포함되었다. 거기서 전지훈련을 마치고 다시 또 2군 시즌을 풀로 소화를 하였지만, 시즌 동안 나아지지 않은 제구와 흔들린 투구로 결국 방출 통보를 받았다. 방출 당시 내 최고구속은 144km였다. 빠른 공을 던지고도 결국 제구를 잡지 못해, 나는 결국 그렇게 프로 생활을 마감했다.


144km까지 던지고 끝내기엔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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