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윤상이 어린 날의 윤상에게 들려주는 Re: 나에게, 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노래다. 우선 윤상이다. 윤상. 천재 뮤지션. 묘하게도 윤상을 떠올리면 바흐가 떠오른다. 그의 음악은 무려 20~30년 전 작사, 작곡된 곡들조차 지금 들어도 세련되고 우아하다. 몇 백 년 전 바흐의 음악이 그러하듯이. 내 인생에서 가장 음악을 많이 듣던 시절, 그러니까 음악이 밥도 먹여줄 것 같던 시절. 노래가사를 쓰는 꿈도 꾸던 시절. 나에게 양대산맥의 뮤지션이 있었으니 신해철과 윤상. 이 두 사람을 빼놓고 나의 감수성을 설명할 수는 없다. 그중에서도 윤상. 윤상의 노랫말과 아름다운 멜로디는 감수성으로 칠갑을 둘렀던 나의 소녀 감성을 뒤흔들곤 했다.
"지금 너는 힘들고 외롭겠지만 지금의 그 고통들이 너를 자라게 해서 다른 사람들을 감격시킬 거야. 네 미래를 기대해."
<잘 지내나요 청춘>이라는 책에 이런 문장이 있다. 어떤 시기의 어떤 문장은 몸의 어딘가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걸까. 그러니까 내 팔에, 내 손에, 내 넓적다리에 그 문장이 스며들어나를 호위해 주어서 그 시절을 건너올 수 있었던 걸까.
책상 앞에 붙여둔 이 문장을 보고 주저앉아 엉엉 울었던 기억이 있다. 내가, 내가, 이 힘든 시간이.. 정말 나를 자라게 할까. 감격과 미래... 그런 단어는 생각지도 못했던 시절. 불안감이 생동하게 팔딱이던 청춘의 시기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잘 지내기만 한 청춘에는 '청춘'이라고 이름 붙여주고 싶지 않을 정도로.
긴 시간 잊고 있던 이 문장이 떠오른 건, 윤상의 Re:나에게, 를 듣고 나서다. 그 시절의 나에게 지금 나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 그때 울었던 내 모습이 나를 웃게 하지는 않지만, 그때의 나를 안아줄 수는 있게 되었다고. 그 이후에도 마음으로 조용히 우는 날들 더러 있지만, 생각지도 않은 선물 같은 인연을 만나게 되기도 한다고 말해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