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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과이모 Mar 21. 2023

사랑에 가까운 순간


오늘 하루 중에

가장 사랑에 가까웠던 순간은 언제였어?


글쎄... 하나도 대단할 것 없는 짧은 순간이 오늘 하루 중 가장 사랑에 가까웠던 것 같아. 라디오를 듣는데 DJ 목소리가 갈라지더니 방송사고라고 느껴질 정도로 침묵이 이어졌어.. 1초, 2초, 3초, 4초... 그 찰나의 몇 초.. 그의 목소리로 연결된 수많은 사람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일제히 그를 향해 몸을 돌리는 느낌이 드는 거야. 그 눈에 보이지 않는 따뜻한 연결감...


곧 음악이 흘러나오고 라디오 PD는 라디오를 다시 라디오로 만들어주었지...


음악을 듣는 3분 동안, 여러 생각이 들더라..

아...많이 당황하셨겠다, 목이 많이 안 좋으신 건가,

그동안 따스한 그의 음성이 나를 참 안심되게 했구나..


나의 저녁풍경 속에 배경으로 함께하는 그의 목소리..

그의 안부를 궁금해하는 마음.

이런 작은 것에도 '사랑'이란 단어를 써도 되는 걸까.


오늘 가장 좋았던 순간. 넌 언제였어?

궁금해. 듣고 싶어. 말해줄래?

이 세 가지 모두 사랑을 닮은 문장 같아 :)





_

이 글을 읽은 청소녀 한 명이 내게 물어왔다.

이모, 이건 인간적으로 좋아하는 거 같은데

그거말고 좋아하는 거랑 사랑하는 거랑 뭐가 달라?


음... 그 사람이 가끔 궁금한 건 좋아하는 거고,

많이 많이 궁금한 건 사랑하는 거 아닐까?


미심쩍은 눈빛.


알았어. 딱 정해줄게.

자다가 새벽 2시 24분에 눈을 떴는데

화들짝 그 사람 생각이 났어.

그럼 사랑하는 거야.


오!!! 격하게 동의하는 듯한 눈빛. ㅎㅎ


사랑은 그러고도 한참을 잠 못 드는 것.

내가 먼저, 더 깊이 그리고 오래

사랑하기로 다짐하고 다짐하다 잠드는 그 순간.


오늘 하루 가장 사랑에 가까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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