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사과이모의 북클럽 토론 주제로 '용서'라는 주제가 있었다. 다들 용서할 사람은 없고, 용서받아야 할 사람은 많다고 했다. 모두 하나같이 그렇게 말했다. 용서를 구하는 마음, 후회하고 미안해하는 마음, 그 마음이 사랑일까.. 생각되어 뭉클했다.
'용서'라는 단어가 참 크고 모호하다. 내가 뭐라고 용서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생각해보니 용서할 사람은 없는데 안아주고 싶은 사람은 있다. 따스하게 안아주는 것을 '작은 용서'라고 이름 붙이고, 내가 나를 제일 먼저 안아주고 싶다. 떠올리면 가슴 아린 장면이 있다. 내가 원해서 했던 행동은 아니었다. 살면서 충분히 사랑받지 못했던 아픈 마음이 무의식적으로 작동되었다. 오랜 두려움이뛰쳐나가서 상대를 상처 주고 아프게 했다. 그랬구나.. 내가 두려워서 그랬구나... 다시 한번 그 자리에 서 본다. 그때의 내 마음을 천천히 어루만져준다.
그때의 나의 말과 생각과 행동을 용서하겠습니다.
사랑받지 못할까 봐 두려워서 그랬습니다.
인정받지 못할까 봐 두려워서 그랬습니다.
버려질까 봐 두려워서 그랬습니다.
나 스스로 용서하지 못했던 그 시간 동안 내 안에 나는 얼마나 긴 시간 외로웠을까 생각하며... 나는 나를 따스이 안아준다. 두 손으로 나를 꼬옥 안아준다.
내가 나를 용서할 때, 비로소 타인을 품을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용기를 내서 이렇게 속삭여본다.
너도 그때 많이 무서웠지?
너도 그때 나처럼 사랑받지 못할까 봐, 인정받지 못할까 봐, 버려질까 봐 두려웠지?
충분히 사랑받았다면, 충분히 인정받았다면 너는 다르게 행동했겠구나... 원망하는 마음 내려놓으며 너를 안아준다. 아슬아슬하고 슬프게 서 있는 세상 모든 존재들을 꼬옥안아준다.
용서는 다름 아닌 사랑이란 생각이 드는 밤.. 사람들은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사랑을 하고 사는지 모르면서 살아간다. 자신들의 기본값이 '사랑'임을 알아가는 과정이 인생일까.